[사설] 고객 정보 못 지키면 아예 문 닫아야

입력 2014-02-22 07:07:00

정부가 20일 개인 정보 유출 등 보안 사고에 체계적으로 대응'감독할 금융 보안 전담 기구를 내년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은행과 보험, 카드사 등 가입신청서 작성 시 개인 정보 기재를 최소화하는 등 느슨한 제도를 대폭 개선하는 방침도 내놓았다. 20일 새해 업무 보고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금융사의 주민등록번호 사용 제한을 비롯해 고객 동의 절차 강화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데 이어 28일 발표할 개인 정보 보호 종합 대책에도 이런 내용을 담는다.

종합 대책에 따르면 4월부터 은행 등의 가입신청서 작성 시 성명'전화번호 등 필수 개인 정보 6~10개만 기재하도록 바꾸고 소득과 재산, 결혼 여부 등은 더 이상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오는 8월부터는 금융사나 부동산, 기타 상거래 등에서 일부 분야를 빼고는 모든 업체가 주민번호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가 큰 대출 모집인 제도도 규제 강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폐지할 방침이다.

그동안 금융기관의 개인 정보 수집 관행은 도를 넘다 못해 무분별했다. 계좌 개설이나 보험'신용카드 가입 시 기재해야 하는 개인 정보만도 무려 50여 개에 달한다. 업체마다 이렇게 많은 개인 정보를 갖고 있으니 해킹 등 정보 유출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보안 관련 범죄가 빈발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만 사회문제로 크게 비화하는 것은 이런 잘못된 거래 관행 때문이다.

이날 업무 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 정보 보관'활용에 관한 규정을 위반할 경우 회사 문을 닫도록 엄격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신통찮은 시장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금융사들이 지금껏 해온 행태를 고칠 생각은 않고 불평이 앞선다는 것은 개인 정보 보호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다. 고객 정보조차 지키지 못하고 효율과 관행에만 신경 쓰는 금융사는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

이런 인식이 팽배해 있으니 백화점, 패밀리 레스토랑까지 주민번호 요구를 당연시하고 보안이 뚫려도 "소비자 피해는 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하는 것이다. 주민번호를 만능키로 여기는 업체에 자율이나 변화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일 터지면 여론을 의식해 시늉만 하다가 금세 원위치하는 업계 생리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어떤 대책으로도 보안 사고를 막을 수 없다.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단단히 본때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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