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5000년의 역사/ 프레드 E. H. 슈레더 지음/ 노승영 옮김/ 시대의창 펴냄
'대중문화'가 포괄적인 일반 용어로 쓰인 것은 고작 60년밖에 되지 않는다. 대중문화 연구의 가장 큰 물음은 바로 '우리 삶에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이다. 아무리 학술적 방법을 취한다 해도 대중문화 연구는 기본적으로 위대한 걸작과 영웅 못지않게 일상의 사물과 인물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의미를 이끌어내려는 시도이다. 최근의 인문학과 예술은 대중성, 전형성, 반영성보다 오로지 위대함, 독창성, 영향력을 설명하여 엘리트 문화의 산물을 승인하고 평가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탈피하고 있다.
이 책은 5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인류학, 고고학, 민족학, 문헌학, 문학, 고대사, 비교종교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문화의 모습과 역할, 전통을 추적한다. 신화, 마녀, 신들림, 농담, 히스테리, 발라드, 종교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5천 년을 이어온 대중문화를 연구했다. 그리고 사료와 문헌 검증을 거쳐 '대중문화'의 정의를 확장하고 분야 간 교차점을 찾으려는 저자들의 노력을 통해 인쇄술이 발명되기 이전의 고전 문화 연구에 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책 속에서는 깊이 있지만 어렵지 않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야기가 시대를 넘나들며 다채롭고 풍성하게 이어진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고전(혹은 문화) 혹은 남의 나라의 문학(혹은 문화)으로만 받아들여졌던 문헌 자료에서 뽑아 실은 예문은 마치 옛날 이야기를 읽는 듯하면서도 현재 우리의 삶과 쉽게 연관 지을 만한 흥미를 유발해 미소를 짓게 한다. 대중문화란 결국 삶이며, 대중문화 연구란 그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고 쌓아가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464쪽, 2만5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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