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令' 안 서는 대한민국

입력 2014-02-19 10:45:33

거듭된 안전 강조 무색, 취임후 대형사고 잇따라…"강조보다 실질 대책 필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위험을 알았을까?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무사히 끝나길 기원하는 듯 써놓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의 위험을 알았을까?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무사히 끝나길 기원하는 듯 써놓은'잠시만요~ 14학번 안전 조심하고 가실게요'라는 문구가 붕괴사고를 비웃듯 무너진 체육관 벽면에 남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과학수사대가 합동으로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7일 경주 리조트 붕괴 참사 등 최근 연이어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박근혜정부가 강조한 '안전한 한국'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과 더불어 안전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로 부처 명칭을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변경했다. 그만큼 안전을 강조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안전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난해 3월 박 대통령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에게 '구미 염소 누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안전사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8월 국무회의에서는 산업현장의 각종 안전사고 등을 언급하며 개선을 주문했다.

특히 이번 경주 리조트 참사가 발생하기 3일 전인 14일 '법질서 및 안전분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은 일선현장의 여전히 낮은 안전의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안전수칙, 안전관리 매뉴얼, 규격제품 사용 등 기초적인 안전시스템이 철저히 준수될 수 있도록 특단의 노력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거듭된 안전 챙기기에도 불구하고 취임 후 대형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월 경기도 화성 삼성반도체 사업장에서는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3월 구미시에는 2일 LG실트론 공장 초산'불산'질산 등 혼산액 누출, 5일 구미케미칼 염소 누출 등 3일 간격으로 2건의 사고가 일어나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7월 방학을 맞아 충남 태안의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고교생 5명이 허술한 안전관리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올 1월에는 사상 최대규모의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터졌다. 카드 3사에서 유출된 고객정보는 1억 건에 이르며, 수많은 고객이 카드를 해지하거나 탈퇴하는 카드런 사태가 촉발됐다.

해양 기름 유출 사고도 잇따랐다. 지난달 31일 상가포르 국적의 유조선이 여수 낙포동 GS칼텍스 원유부두와 충돌해 대형 송유관이 두 동강 나 기름이 유출,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보름 뒤인 이달 15일 부산 앞바다에서도 선박끼리 충돌해 기름이 유출되는 일이 생겼다.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가 안전 관련 목소리만 높일 뿐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는 비판과,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경주 리조트 참사의 경우도 폭설이 내렸는데도 지붕 위의 제설작업과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 채 학생들을 받은 리조트 측과 현장점검에 소홀한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이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안전 챙기기가 현장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의 경우 중앙부처의 안전 관련 지시가 늘었지만 인력 보강과 시스템 변화가 따르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구의 전 건축물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점검을 실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내근 직원까지 투입하고 있으나 일손이 달린다"고 전했다.

산업재해 교육과 지원을 담당하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교육의 내실화를 다지고 재해 예방을 강화하고 있다"고 할 뿐 구체적인 대책을 설명하지는 못했다.

경일대 신종학 교수(건축공학과)는 "안전은 강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환경과 시대 변화에 따라 과거 기준으로 만든 안전 관련 매뉴얼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또 외국에 비해 턱없이 적은 방재전문가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했다.

방재 관련 대학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사후약방문'식의 사고 대처는 변화가 없다"며 "단순히 안전을 강조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각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시스템과 대책이 뒤따라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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