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도 없는 학생회 독단 행사였나

입력 2014-02-18 07:51:42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로 이어진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당초 학교 측이 만류했던 행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외대 러시아'인도통상학부 이광수 교수는 사고가 일어난 17일 오후 11시 3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려 "올해 이전까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학교 당국에서 지원해 더 좋은 곳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교수들도 모두 참여했는데, 올해는 새로 캠퍼스를 이전했으니 학교 안에서 하면 좋겠다고 권유해 멀리 가서 하는 것을 학교 당국이 반대했고, 그래서 학교 당국이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그러다보니 총학생회 행사로 진행됐고 아마 총학생회 재정상 시설이 더 좋지않은 곳에서 행사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저나 다른 동료 교수들이나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혹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큰 사고 없이 일단락되기만을 바라고 그 뒤에 가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 물을 건 물어야 할 걸로 생각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심려를 끼친데 대해 학부모 및 시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피해 학생들에 따르면 이 교수의 글처럼 이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총학생회 주최로 학생 개인당 6만5천원의 회비를 거둬 마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 교수의 발언 등이 학교 측의 책임회피가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피해학생 부모는 "학생들이 마음대로 꾸민 행사라고 해도 1천명 가까운 학생들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를 결국 학교 측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다며 방관한 셈"이라며 "학교 측도 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외대측은 사고 당시 단과대학인 아시아대학 소속 신입생 340명과 재학생 등 모두 560명이 있었으며, 교학처장과 학생과 직원 등 교직원 3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은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지만 대피를 지시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부산외대 아시아대학은 중국학부, 일본어과, 인도학부, 아랍어과, 미얀마어과, 베트남어과, 태국어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어과로 구성돼 있다.

부산외대 변기찬 국제교류처장은 "이번 행사는 총학생회 주최로 14학번 새내기들이 대학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마련한 행사"라며 "대학이 주최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오는 27일 열리는 입학식과 더불어 당일 행사로 계획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소선정은 총학생회가 했지만 학교 담당자와 협의해 진행했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부산외대는 부산의 대표적인 4년제 사립대 중 하나다. 학교법인 성지학원이 1981년 부산 남구 우암동에 설립한 부산외대는영어과'인도네시아어과 등 10개 학과로 출발했다. 이후 점차 확대돼 올해 모집정원은 2천여 명에 달한다.

2011년부터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 새 캠퍼스를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14만4천64㎡에 학생과 교직원 9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컴퍼스 조성공사를 끝내고 이전 작업을 거쳐 남산동 캠퍼스 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은 사과문을 통해 "대학을 믿고 학생을 맡긴 학부모께 죄송하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학생에 대해서는 앞으로 대학이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부산외대는 18일 오전 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로 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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