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근현대 名 건축기행] <7>달서구 성당동 개인주거용 '검은 벽돌집'

입력 2014-02-15 07:30:10

부모님 집은 앞에 동생 집은 옆에, 박스형 '한집'…소통·분리 적절히

명품 건축은 그 속에 담긴 사용자들의 기억과 손길, 그리고 시간의 흔적들을 오롯이 담아내며 시대성과 사회성을 반영하고 있다.
명품 건축은 그 속에 담긴 사용자들의 기억과 손길, 그리고 시간의 흔적들을 오롯이 담아내며 시대성과 사회성을 반영하고 있다.
검은 벽돌집의 내부 구조.
검은 벽돌집의 내부 구조.

건축은 건축가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자연과 관계 맺음으로 또한 사용하는 사람의 일상의 기억과 손길 그리고 시간의 흔적이 쌓여가며 생성되어 가는 것이다.

또한, 건축은 기능적 필요만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일상 상황에서 건축가의 예민한 감성으로 시적인 순간, 극적인 상황을 감지해 내고 이를 건축공간에 장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으로써 건축은 물리적으로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고 변화하고 생성하는 것이다.

▷건축은 건축이다

건축을 음악, 미술, 영화 등의 예술과 같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개념이나 과정에서의 유사성이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건축가와 건축 스스로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건축은 건축이다." 건축이 건축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다른 예술분야와 달리 그 결과물이 표면적으로는 기능과 실용을 담은 볼륨으로서의 물리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검은 벽돌집은 집주인의 여러 가지 상황과, 대지, 장소, 기능, 공간 주변과의 관계 등을 단선적으로 분석한 결과물이 아니다. 복합적이고 순환되는 연속적 사유를 거쳐 직관적으로 나온 성곽건축의 개념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사유와 건축개념의 실천은 역설적으로 물질에 의하며 적합한 재료의 선택과 공법, 시공으로 이루어진다.

주재료로 선택된 검은 벽돌은 공장에서 생산될 때는 단지 한 장의 벽돌일 뿐이지만 그 벽돌이 건축가의 의도와 벽돌공의 장인정신으로 한 장 한 장(약 8만 장) 쌓여졌을 때는 그냥 벽돌이 아니라 시니피앙(signifiant'기표'記標)으로 의도와 정신을 기호로 표현하는 작용을 한다. 부모님 집을 앞집으로, 동생집을 옆집으로 둔 특이한 상황은 건축배치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었으며 1층은 온 가족이 모이는 공용공간으로, 2층은 거실과 주방, 식당, 3층은 침실로 구성된다. 이러한 평면구성은 외부형태에 그대로 반영되어 창호를 열면 내부가 연장되어 내'외부의 경계 없이 펼쳐지는 1층, 캔틸레버로 돌출된 2층, 그리고 3층은 분리된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부유하는 박스의 형태로 드러난다.

내부의 동선은 최단거리가 아닌 집주인이 들 때나 날 때나 집안 전체를 순환하며 산책하게 되어 있다. 이 산책의 과정에서 작은 자연과 빛을 경험하는 장치들을 만나게 되며, 산책의 끝은 주인침실에서 탑 형태의 창문을 통해 앞산의 한 봉우리를 시각적으로 산책함으로써 완성된다.

명품은 오랜 세월을 두고 쓰면 쓸수록 빛을 발하고 질리지 않는 것, 희귀성이 있는 것,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 개인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것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하의 골든베르그 변주곡(동일한 주제를 여러 가지 형식으로 변화시키며 반복하는 작곡 형식, 곡 전체에 있어서 하나의 통일성, 즉 주제 선율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변화를 구사한다)은 원래 "여러 가지 변주를 가진 아리아"라는 이름으로 클라비아(건반이 달린 현악기의 통칭) 연주가였던 골든베르그의 연주를 위해 작곡된 것이다. 그것이 후세의 사람들에게 골든베르그 변주곡이라 불리며 클라비아뿐만 아니라 첼로, 비올라, 피아노, 플루트, 기타 등 여러 가지 악기로 수백 년 동안 연주되어온 클래식 명곡이다.

건축의 명품은 그 규모나 비싼 재료, 용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사용자들의 소중한 기억들과 오랜 손길과 시간의 흔적들을 오롯이 담아내며 변화되는 시대성과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의 일상에서 우리의 삶과 함께 변주되는 것이다.

건축사사무소 him 대표 건축사 백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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