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담화가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1995년 8월 15일이었다. 당시 무라야마 일 총리는 일본의 50주년 종전 기념식에서 예기치 않은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국가 정책의 잘못에 의해 일본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트리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의 주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이를 반성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
이 담화는 개인 무라야마가 아닌 일본 각의의 결정의 산물이었다. 발표자가 무라야마이다 보니 무라야마 담화로 통용됐을 뿐이다.
파장은 컸다. 종전 후 일본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던 차에 총리가 처음으로 아시아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나선 것이다. 무라야마 담화는 두루뭉술했다는 일부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국민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들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첫 단추를 끼운 만큼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잇따를 것이란 기대도 키웠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일 뿐이었다. 이후 일본 총리들은 하나같이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수사에 그쳤다. 사죄 이후에는 실천적 행동이 따라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담화에도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담화의 계승은 그저 일본이 국제사회에 일본의 식민 지배를 사죄했다고 선전하기 위한 도구처럼 느껴질 뿐이다.
18년 전 그 담화의 주인공이 11일부터 사흘간 한국 땅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무라야마 담화에 명기된 일본 침략과 식민지 지배 등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로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내가 물러난 뒤에도 내각이 이를 계승한다고 언명했다"며 다시 한 번 담화 정신을 되새긴 것이 소득이다.
그러나 아베 현 총리는 같은 날 한국의 위안부 추모일 제정 움직임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나열해 일본을 비방 중상하는 것에는 사실로 냉정히 반론하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인하려는 시도다. 아베는 또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담화 중 '식민지 지배와 침략' 부분은 쏙 뺐다. 일본 전'현 총리 간의 간극은 지금 한'일 간의 간극만큼이나 벌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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