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명인의 공통분모는…『열정, 명인과 딴따라를 가르는 한끗』

입력 2014-02-15 00:00:00

열정, 명인과 딴따라를 가르는 한끗/서신혜 지음/역사의 아침 펴냄.

우리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좀처럼 그들이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깊이 있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백아절현(伯牙絶絃)의 고사를 기억할 뿐 백아가 어떻게 뛰어난 거문고 연주자가 되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시대를 풍미했던 악인(樂人)들을 통해 명인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사료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명예와 성공을 부러워하기 전에 그들이 보낸 오랜 연습시간과 숱한 실패, 시련을 겪고 끊임없이 노력한 지난날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옛 악인(樂人)들의 인생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독자들에게 지금까지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성찰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몰입으로 최고가 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몸종의 신분인 데다 지독한 추녀로 태어났음에도 조선 중기 당대의 소리꾼이 된 석개, 노래 한 곡을 부를 때마다 모래 알갱이 하나를 신발에 던져 그 신발이 다 차야 그날 노래를 멈췄다는 학산수, 몸서리치는 가난 덕분에 거문고 소리를 얻었던 백결선생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에서는 '미천한 꾼을 명인으로 만든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원칙, 인품, 안목, 애정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어떤 사람이 '반드시 하는 일' '결코 하지 않는 일' 등을 살펴 그 사람이 가진 기준을 본다. 기준은 행동양식이 되고, 행동양식이 결국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최고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실력은 물론이고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며, 거짓으로 꾸미지 않는다고 한다.

또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실력'이라고 말하면서 뛰어난 실력자는 외모가 빠져도 누구나 존중하지만, 외모가 뛰어남에도 실력이 떨어지면 경멸받는다면서 그 예로 조선 고종 때 기녀인 금향선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는 너무 못생긴 여인이었지만 그녀의 시조창을 듣고 나면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3부 '삶은 끝나도 음악은 남는다'에서는 황진이는 떠났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시조는 남아 있고, 가야국은 망했지만 가야금은 전한다. 가야금과 함께 우륵 역시 위대한 음악가의 한 사람으로 변함없이 전승된다고 말한다.

1, 2, 3부는 각각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생각할 것들' '만인 가운데 특별한 사람이 된 이들의 특성' '음악이 삶의 여정과 어우러지는 사연' 등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263쪽, 1만4천원.

※ 백아절현(伯牙絶絃)

전국시대에 거문고의 명수인 백아와 종자기의 우정을 가리키는 말. 백아가 거문고로 높은 산을 표현하려고 하면, 종자기는 먼저 알아듣고 산이 솟는 것이 태산 같다고 하고, 강을 표현하려면 하면 큰 강물이 도도히 흐르는 듯하다고 하면서 친구의 마음을 헤아렸다고 한다. 종자기가 병을 얻어 죽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어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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