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 평가 안 받겠다'는 공기업 노조의 생떼

입력 2014-01-18 07:34:41

일부 공기업 노동조합이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대해 전면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다 부채 등 부실 경영 때문에 중점 관리 대상이 된 38개 공기업 노조가 조만간 대표자회의를 갖고 경영 평가 거부, 공공기관 정상화추진단 불참 등을 결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노조가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막대한 부채, 비효율 등 방만 경영을 모두 공기업의 책임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은 정부가 저질러 놓고 왜 우리(공공기관)만 들볶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노조의 속내는 쉬 드러난다. 중점 관리 대상이 된 공기업의 경우 올해 경영 평가가 좋을 리 만무하고 그 여파가 구성원에게 미칠 것이라는 점을 의식해 미리 선수를 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부실 경영의 책임을 희석시켜 공기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 보겠다는 발상이다.

규정상 공공기관은 주요 경영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기관장과 직원 인건비는 물론 복리 후생비, 업무 추진비, 이사회 회의록 등을 공개해야 하고, 예산이나 임금 조정도 정부 지침에 따라야 한다. 제대로 일을 했는지 따져보는 경영 평가도 의무 사항이다.

그럼에도 공기업이 엉뚱한 논리를 내세워 개혁에 반발하는 것은 경쟁 체제 도입을 빌미로 장기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의 행태와 전혀 다를 바 없다. 회사가 거덜나도 과실은 계속 챙기겠다는 이런 발상은 국민 세금으로 적자만 부담하고 간섭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고 뭔가. 현재 공기업 30곳을 포함해 295개 공공기관의 한 해 예산은 574조 원으로 이는 정부 예산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근무 인원만도 25만 명이다. 막대한 예산과 인원으로 정부 지원 등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도 민영화의 '민' 자만 나와도 자지러지고 경영 평가 등 감시를 거부하는 것은 가당찮은 소리다.

작금의 공공기관 부실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나 무리한 국책 사업 추진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이를 틈타 공공기관이 제 배를 불리는 잔치만 벌여온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지금 공공기관이 할 일은 경영 평가 거부가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방만 경영에 일말의 책임은 없는지 깊이 반성하고 자숙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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