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밤 그대에게 가는 길
이마에 불 밝히고 달리는 것은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멀리서 기다리는 그대에게
쓸쓸하지 말라고
쓸쓸하지 말라고
내 사랑 별빛으로 먼저 보내는 것이다.
- 시집 『오래된 엽서 』, 천년의시작, 2002.
세상을 살아가는 데 상식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가령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 국민은 나라에서 하는 일에 따라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상식이다. 상식에 따르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 같다.
정말 그럴까? 일제강점기로 되돌아가 보자. 당시 세계적 추세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지배하여 다스리는 제국주의가 대세였다. 그래서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여 조선총독부를 설치하고 식민통치를 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본식민지 통치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상식이라면 지나친 억설일까? 상식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한 독립투사들은 모두 상식적이지 못하다.
물론 상식은 필요하다. 그러나 상식이 만능은 아니다. 상식에 매몰된 삶은 위험하다. 사회를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때로는 상식의 전복이 필요하다. 시인은 상식을 전복하는 자다. 안상학의 시에는 상식의 전복이 있다. 기차가 이마에 불을 달고 가는 것은 자기가 가는 앞길을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을 위함이라는 것이다.
시인의 눈은 기차에 머물지 않고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닿아 있다. 누군가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가를. 시인의 상상력은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에 가서 그의 쓸쓸함을 위무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의 전복, 이는 시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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