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하역사들과 항운노조들이 포항항을 주시하고 있다. 단일노조가 100년 넘게 하역업무를 독점해 온 것이 포항항을 시작으로 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항항의 현실은 경북항운노조가 전과 다름 없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6월 신생노조인 포항항운노조에 대해 노무공급권을 인정해줬지만, 기존노조인 경북항운노조의 반발로 복수노조가 걸음마도 못 뗐기 때문이다. 대법원 결정이라도 오랜 세월의 독점을 한 번에 깨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을 앞세운 '대안없는 반대'는 여러 이해관계자를 힘들게 한다.
경북항운노조는 우선 포항항운노조와 교섭에 응한 인터지스(동국제강 항만하역 및 운송사)를 압박하기 위해 준법투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말이 준법투쟁이지, 처리 물동량이 평소의 30%도 안 돼 인터지스 입장에서는 '태업'에 가깝다. 노동당국도 준법투쟁을 중단하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경북항운노조는 인터지스가 전국의 여러 사업장 가운데 포항항만 상대로 단독 교섭한 것도 절차상의 문제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교섭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리자, 다시 경북항운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청구와 행정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신생노조의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경북항운노조 한 간부는 노조원들에게 "노무공급권을 인정받고 1년 동안 실적이 없다면 신생노조는 노무공급권을 반납해야 한다. 그때까지 실력행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경북항운노조의 조치와는 별개로, 포항항운노조는 교섭요구를 할 예정이고, 인터지스는 포항항에 대해 분리교섭을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포항항운노조원 43명은 지난 2011년 경북항운노조에서 독립한 이후 변변한 일거리 없이 일용직 근로자로 근근이 버텨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게 그들의 절박한 심정이다.
경북항운노조는 "복수노조는 노조 간 출혈경쟁을 불러 하역업무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공식입장으로 신생노조의 진입을 막고 있다. 신생노조가 노조원을 마구잡이 채용하는 것을 우려한다는 건데, 대법원 생각은 정반대다. 대법원은 "포항항에서 일하고 있는 노조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일거리가 충분히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고, 나아가 신생노조가 생기더라도 직원급여 및 복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북항운노조가 신생노조의 발목을 잡을 명문이 없다는 것을 말한 셈이다.
대법원이 복수노조를 인정해 준 마당에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 할 것이다. 두 노조 간 채용 및 교섭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필요 이상의 출혈경쟁을 막는 등 다양한 상생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북항운노조원들은 경쟁에 따른 인건비 삭감 등을 우려하고 있고, 포항항운노조는 밥벌이에 목을 매고 있다. 해당 하역사는 물량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복수노조로 출혈경쟁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공멸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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