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공원서 범죄 이제 엄두도 못내게…

입력 2013-12-26 10:40:43

대구시 범죄예방 설계 '셉티드' 내년부터 확대

수성구 이 빌라는 지난 6월 방범창살을 자르고 들어온 범죄자에 의해 귀금속 등 금품을 도둑맞았다. 폐쇄회로TV가 있었지만 건물 입구 쪽만 감시했고, 가로등이 부족해 건물 곳곳이 어두워 침입하기 용이했다.
수성구 이 빌라는 지난 6월 방범창살을 자르고 들어온 범죄자에 의해 귀금속 등 금품을 도둑맞았다. 폐쇄회로TV가 있었지만 건물 입구 쪽만 감시했고, 가로등이 부족해 건물 곳곳이 어두워 침입하기 용이했다.
수성구 한 다가구주택(원룸) 주차장. 지난 9월 이곳에 세워둔 승용차에서 현금을 도난당하는 범죄가 발생했다. 이 원룸 주차장에는 전등과 폐쇄회로TV가 없었다. 현관 잠금장치와 방범창 등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범죄에 노출돼 있었다.
수성구 한 다가구주택(원룸) 주차장. 지난 9월 이곳에 세워둔 승용차에서 현금을 도난당하는 범죄가 발생했다. 이 원룸 주차장에는 전등과 폐쇄회로TV가 없었다. 현관 잠금장치와 방범창 등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범죄에 노출돼 있었다.

이달 13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빌라. 중앙의 현관 가로등만이 유일하게 어둠 속에서 빛을 밝혔다. 현관문은 자동 잠금장치 없이 열려 있었다. 1층 창문에는 방범창이 없었다. 창문 유리도 밖에서 보이는 투명한 재질이어서 여성이 혼자 사는지 외출 중인 빈집인지 내부 정보가 쉽게 노출됐다. 폐쇄회로TV는 주차장과 현관 쪽을 감시할 뿐이고 나머지 건물 옆과 뒤는 무방비로 남아 있었다. 가스배관은 창문과 1m 남짓 떨어져 있어서 침입에 이용될 위험이 높았다. 이곳에서는 6월 23일 오후 8시쯤 A(45) 씨가 1층 방범창살을 자르고 들어가 귀금속과 노트북 등 7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가 지난달 붙잡히는 일이 벌어졌다.

대구시가 범죄예상 설계인 '셉테드'를 아파트 건축 심의단계(본지 10월 16일 자 5면 보도)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가운데 원룸밀집 지역과 소공원 등지에 잇따라 범죄가 발생하는 등 치안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은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소규모 건축물과 공원 등 공공부문에 셉테드를 도입하기 위해 나섰다.

◆아파트보다 범죄에 취약한 원룸과 소공원=같은 날 오후 7시쯤 동구 율하동 한 소공원. 공원 중앙에 3㎡ 크기의 정자가 있었다. 정자 마루에는 누군가 먹다가 버리고 간 술병과 종이컵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왕복 6차로의 안심로 바로 옆에 있는 공원이지만 1.5m 높이의 붉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감시가 이뤄지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담은 아래쪽에 어두운 공간을 만들었다. 담 이외에도 공원 주변에는 큰 상가건물과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가로등이 있었지만 소공원 곳곳에 심겨진 나무가 불빛을 막는 역할을 해 감시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지난달 13일 오후 6시 20분쯤 동네 주민 4, 5명이 이곳 공원 정자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른 이웃(60)이 그 중 한 명(55)의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범죄가 발생했다. 평소 이들은 공원에서 술을 마시거나 화투놀이를 하는 등 어울렸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수성구 두산동 한 다가구주택(원룸) 주차장. 이곳은 전등이 없어서 오후 5시가 넘어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금세 어두워졌다. 30여 m 길이의 골목길 가운데 불빛이라곤 현관 출입구에 달린 전등 한 개뿐이었다. 이 불빛마저 들지 않는 건물 사이 공간은 쓰레기와 폐가구의 나뭇조각 등 잡동사니로 지저분했다. 현관 출입문에는 잠금장치와 폐쇄회로TV가 없었다. 방범창은 창문의 절반 정도만 가렸다. 2, 3층 창문 중에는 아예 방범창이 없는 것도 있었다. 건물 벽의 가스배관은 창문과 불과 20~30㎝ 정도 떨어져 있어서 침입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원룸 주차장은 9월 2일 오전 4시 30분쯤 세워둔 차량 트렁크의 결혼 축의금 4천800여만원을 도둑맞는 범죄가 일어난 곳이다. 범죄자는 어두워서 몸을 숨기기 쉬웠고, 폐쇄회로TV가 없어서 범죄모습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소규모 건축물 등에도 셉테드 도입 움직임=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뿐만 아니라 소규모 건축물과 공원 등 공공부문에도 셉테드를 도입해 나섰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시설물과 건물, 공원 등에 셉테드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초에 대구의 치안환경에 적합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더불어 안전마을만들기 시범사업(1곳)을 추진한다. 사업 규모와 예산(3억원 예상)이 확정되면 올해 안으로 선정 기준을 정하고, 우범지대이거나 낙후된 곳을 대상으로 공모를 열 예정이다.

대구경찰청은 건축심의안에 범죄예방 설계를 반영하고 치안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구'군 단위의 건축위원회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각 경찰서의 치안 전문가 20여 명은 8개 구'군의 건축위원회에 참석, 대구시의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는 20층 이하나 300가구 이하의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 셉테드를 도입하게 된다. 더불어 지역 내 건축설계사무소를 파악해 국토해양부의 범죄예방 설계 가이드라인을 안내하는 협조서한문을 일일이 발송하고 있다.

김영수 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계장은 "치안 전문가인 경찰이 지역의 건축위원회에 참여함으로써 경찰이 알고 있는 지역의 치안문제와 정보가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다른 건축위원들도 범죄예방 설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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