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위원회 공화국

입력 2013-12-21 07:47:01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광역'기초자치단체가 행정 편의를 위해 만든 위원회가 지난해 말 기준 1만 8천771개였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2010년 1만 8천19개가 1만 6천873개로 줄었지만, 2년 만에 1천898개가 늘어났다. 하루 평균 2.6개의 새로운 위원회가 만들어진 셈이다.

당연히 구성만 형식적인 위원회도 많다.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의 회의도 개최하지 않은 위원회가 23.4%인 4천583개이고, 수년 동안 회의를 하지 않은 위원회도 수두룩하다. 위원 수만도 24만 6천여 명이나 돼 자치단체의 웬만한 위원회에 한 다리를 걸치지 않으면 팔불출인 느낌도 든다.

위원회 설치는 필요에 따라 임의적인 것도 일부 있지만 대개 법령과 자치단체의 조례 등 각종 규정에 따른다. 그 비율은 50대 50이다. 자치단체로 봐서는 무조건 많다고 비난받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전문 분야에 대한 전문가의 심의를 거친다는 것이지만, 그 출발은 대개 행정 불신이고, 행정 면피용이다.

불신은 행정의 투명하지 않은 불공정성 때문이다. 위원회가 심의하는 사안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 많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당사자가 쉽게 승복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절차상 시비나 사전 결정 등과 같은 어두운 부분이 겹치면 시끄러워지기 마련이다. 대통령이나 정부조차도 약속 뒤집기를 밥 먹듯 하니, 자치단체야 말할 것도 없다.

이를 피하려고 만드는 것이 각종 위원회다. 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만든 위원회에 떠넘기는 것이다. '떠넘긴다'는 것은 위원회의 역할과 한계 때문이다. 대부분 위원회의 역할은 심의다.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는 자치단체장이다.

심의 결과가 곧바로 결정되는 사례도 많지만, 이 또한 최종 결정권자의 재가가 있어야 한다. 때때로 위원회의 결정을 자치단체장이 뒤집는 사례도 적지 않다. 좋게 보면 위원회의 결정을 행정 시행 차원에서 검토해보니 문제가 있다는 고뇌이고, 나쁘게 보면 위원회의 결정이 자치단체장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위원회만큼 유용한 것도 찾기 어렵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위원회야말로 행정이 찾아낸 묘수 중의 묘수다. 아무리 떠들어도 늘 수밖에 없는 것이 위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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