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을 지식재산권 도시로 만들자] <1>국가 경쟁력의 원천-세계적 트렌드는?

입력 2013-12-17 10:47:22

'특허 괴물'과 의 분쟁, 기업 생존과 직결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이 기업의 존망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스타트업 기업(창업 초기 기업)은 물론 글로벌기업들도 지재권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르는 경영환경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고 있는 '세기의 특허 전쟁'이 이를 대변해준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창조경제'와도 맞물려 지재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더해 고부가치 창출산업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재권 피해, 남의 일이 아니다

지식재산권은 지식활동에서 발생하는 모든 권리를 말한다. 2011년 제정된 지식재산기본법 제3조는 '지식재산은 창조적 활동'경험에 의해 창출'발견된 지식'정보'기술, 사상'감정 표현, 영업'물건의 표시, 생물품종'유전자원, 그밖에 무형적인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재권은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으로 분류된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권이 있고, 신지식재산권에는 생물자원'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이 포함된다. 산업재산권은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등록해야만 보호되며, 저작권은 출판과 동시에 보호된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고기석(55)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은 "애플의 '아이팟' 출시 훨씬 이전인 1998년 국내 회사가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내놓았지만 특허 관리 부실로 도태되고 말았다"며 "대기업, 변호사'변리사 등 관련 전문직을 제외하면 지재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많이 낮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버드시아'(칠곡군 지천면 연화리)는 지난 2011년부터 각종 유아용품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던 강주영(50) 대표가 유아용품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데 착안해 설립했다. 독창적 아이디어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올해 매출이 20억원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 '2013 전국소상공인대회'에서는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강씨는 지난 7월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에 부딪혔다. 중국 매출이 늘어나면서 현지에 특허를 출원하려고 보니 상표는 물론 기술 특허까지 이미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중국 영업을 맡고 있던 친구 A씨의 '배신' 때문이었다. 강씨는 "중국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도 권리를 미리 확보해두지않은 탓에 판매가 막혔다"며 "후속 제품은 개발과 동시에 국내외에 특허를 내고 있지만 첫 수업료치고는 너무 비쌌다"고 말했다.

◆특허 출원, 세계적 증가 추세

지재권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의 기업'기관'연구소 등이 쏟아내는 지재권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9일 발표한 '2013 세계 지식재산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특허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 이는 지난 18년 동안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2010년은 7.6%, 2011년은 8.1%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또 산업디자인은 최근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17%나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차별화를 이루는 핵심 역량은 가치사슬의 최종 단계인 지식재산권에서 입증된다.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가 핀란드 휴대폰업체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합병한다는 소식에 캐나다 스마트폰기업인 '블랙베리' 주가가 급등한 것은 상징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보안 강점 때문에 사용하고 있다는 블랙베리가 인수합병 시장에서 새 주인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30억 달러 어치로 추정되는 특허권을 가진 블랙베리는 실제로 지난달 초 한 투자회사가 47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가 취소되기도 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는 노키아 역시 3만 개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또 하나의 '특허 공룡'이 탄생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내 기업들도 특허 등 지재권 확보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제품을 제조'판매하지 않으면서 지식재산권을 대량 확보, 다른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사용료'보상비를 받아내는 회사인 '특허 괴물'(Patent Troll)과의 분쟁 등에 대한 대비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3월 미국 워싱턴DC에 특허 인수 전문기업 '인텔렉추얼 키스톤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화제가 됐다. 워싱턴에서 만난 장재규(56) 변리사는 "예전에 근무한 '특허 괴물'은 직원 30명에 연간 매출이 8천만 달러 정도였는데 그 가운데 40%가 '합의하든지 법정 가든지'라는 특허괴물의 전략에 말려 한국 기업이 낸 금액"이라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DC'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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