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0년부터 71년까지 일어난 프랑스와 프로이센의 전쟁 직후 패배한 프랑스의 왕당파 의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프로이센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강화조약을 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파리의 민중과 노동자들이 봉기해 1871년 3월, '파리 코뮌'으로 불리는 자치 정부를 수립했다. 파리 코뮌은 프랑스 정부군과 프로이센군에 의해 진압돼 72일간 존속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에 파리 시민들은 거리 곳곳에 공화제를 옹호하거나 개인의 사상적 자유를 주장하는 각종 '벽신문', '대자보'를 내걸었다.
'대자보'는 당시에 벌써 매스 미디어가 제4권력으로 떠오르자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게 된 민중들이 택한 수단이었다. 정보 전달 기능을 갖고 있었지만, 뉴스보다는 의견, 주장 등을 주로 담았다. 사회주의의 초기 형태를 띤 '파리 코뮌' 치하에서 성행한 '전통'은 주로 공산 국가에서 이어졌다. 제1차 세계 대전 중 소련에서 대자보가 다시 대두했고 특히 1966년부터 76년까지 벌어진 중국의 문화 대혁명기에 큰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 대자보는 중국의 홍위병들이 마오쩌둥의 지원을 등에 업고 류사오치, 덩샤오핑 등 정치적 반대파들을 공격하는 데 이용됐다.
우리나라에서 대자보는 1980년대 대학가를 상징했고 1990년대에도 이어졌다. 1980년대에는 운동권 학생들이 '독재 타도' '민주화' 등을 요구했고 1990년대에는 정치적 구호보다는 학내 문제 등을 호소했다. 최근 고려대에서 한 학생이 내건 대자보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철도 파업 참가자 직위 해제 논란, 밀양 송전탑 사태, 대선 개입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별 탈 없이 살고 있는 것인지를 묻고 있다. 이에 다른 대학들에서도 호응하는 대자보가 내걸렸고 SNS를 통해 학생과 시민들이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존재감이 사라졌던 대자보가 선동적 구호나 주장 대신 일상의 언어로 던지는 질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는 세태, 경쟁에 내몰려 자기 앞날만 생각하는 정치적 무관심 등을 꼬집고 있다. 잊혔던 학생의 대자보가 다시 등장한 것은 지리멸렬한 정치권에 날리는 통렬한 일침이자 반성을 촉구하는 자극제다. 기성세대들에게도 세상을 다시 돌아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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