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 '지방 은행 상생·자금 환원' 대승적 선택

경남은행 인수 포기 배경

대구은행 본사 전경.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그동안 DGB금융지주는 경남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경남은행을 인수할 경우 지방은행 맹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중은행에 대적할 만한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는 경남은행과 영업점이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의 우려가 없고 대구경북과 경남의 산업구조도 달라 양 지역 발전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명분에서의 우위도 자신했다. 그런데 본입찰 1주일을 앞두고 인수를 포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분과 실리 선택

DGB금융지주의 선택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경남은행 매각이 정치 이슈로 부각되면서 인수에 따른 부담이 가중된 점을 주요한 원인으로 들고 있다.

실제로 경남은행 노조는 18일 오후 마산실내체육관에서 범도민대책위원회와 함께 '경남은행 지역 환원과 독자생존 민영화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또 최근 '지방은행 노조협의회'도 경남은행의 지역 환원 민영화를 촉구하는 등 경남은행 독자 생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DGB금융지주가 내세운 이유도 경남은행 인수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역 갈등 해소와 지역 환원을 통한 지방 은행 상생이다.

과도한 경쟁이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초 경남은행 인수는 DGB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 양자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은행이 전격 참여하면서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됐다.

DGB금융지주는 한 달 전 경은사랑컨소시엄으로부터 재무적 투자자 제안을 받고 BS금융지주뿐 아니라 기업은행과 힘든 경쟁을 벌이며 단독 입찰에 참여할 것인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와 낙찰 가능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당초보다 경쟁이 심해져 출혈이 예상되는 단독 입찰보다 경남지역 민심을 얻고 실리를 챙기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은사랑컨소시엄 힘 받나

경남은행 인수전은 DGB금융지주와 BS금융지주, 기업은행의 3파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경은사랑컨소시엄의 경우 자금 조달 여력이 떨어져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은사랑컨소시엄이 DGB금융지주의 지원을 얻음에 따라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다.

DGB금융지주의 자진 하차로 가장 궁지에 몰린 쪽은 BS금융지주다. 지역 환원을 위해 BS금융지주가 인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경남지역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DGB금융지주가 경은사랑컨소시엄에 힘을 실어주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

이에 따라 BS금융지주의 경은사랑컨소시엄 참여 여부도 주목거리다. 만일 단독 입찰을 강행하더라도 추진 동력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또 기업은행의 경우 정부가 지분의 69%를 가진 국책은행이어서 예비입찰 참가 단계부터 우리은행 민영화 원칙과 상충되는 관계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게다가 기업은행이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것도 변수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명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은사랑컨소시엄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가세로 자금력이 강화된 가운데 지역 정서에도 부합해 금융당국이 경남은행 매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