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방황만 하는 경북대

입력 2013-12-12 11:16:07

특성화 사업·장기 발전 등 개혁 바쁜데, 장직선 폐지 갈등만

이달 10일 경북대학교에서는 '대학교육특성화사업 공청회'라는 중대행사가 열렸다. 내년에 실시되는 대학특성화사업은 최근 대학가의 핫이슈. 수십억원의 정부재정지원금이 걸린 이 사업을 따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대학의 명운이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자리엔 교육부, 대구경북, 강원권 4년제 대학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같은 날 경북대교수회는 함인석 총장의 불신임을 묻는 교수총투표에 한창이었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총장직선제를 폐지한 함 총장을 압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간 교육부가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면 대학특성화사업에서 불이익(탈락)을 주겠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교수회는 결국 투표를 강행했다.

학령인구 감소, 대학구조조정 압박 등 대학위기가 깊어가는 가운데 경북대가 3년째 '총장직선제 존치'폐지'라는 학내이슈에 발목 잡혀 정작 위기를 헤쳐나갈 장기발전계획 수립은 손도 못 대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 때 '한강 이남 최고 대학'이라는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는데 이러다가는 수도권 대학 집중화와 타지방 거점대의 약진에 밀려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교수회 측은 "본부의 독선에 맞서 총장불신임투표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며 "대학의 자율성을 짓밟는 교육부의 폭거에 저항한 것이고, 대학민주화의 산물인 총장직선제를 지키는 일은 국립대 교수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누차 강조했다.

교수회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지역 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우리 대학은 교육부가 요구하는 특성화사업계획, 자체구조개혁방안, 장기발전 계획을 짜느라 눈코 뜰 새 없는데, 그럴 여유가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고 했다. 경북대 총학생회 한 간부는 "개인적으로 총장직선제를 찬성했지만, 교수들의 기득권 확보와 정쟁의 도구로 총장직선제가 이용되는 모습에 실망을 느꼈다"고 씁쓸해했다.

경북대 일부 교수들 사이에선 '전국 4년제 대학 중에 25, 26등만 하면 충분하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수도권 24개 사립대의 뒷줄에서 부산대와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는 것. 경북대는 교수 1천100명 각자가 '총장'이고, 경북대 총장은 V.I.P가 아니라 'V.P'(Vegetable President'식물총장)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한다. 총장직선제의 부작용을 꼬집은 말이다.

경북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총장직선제를 폐지한 전북대 경우 2006년 서거석 현 총장의 취임 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북대가 교육부로부터 '잘 가르치는 대학'(ACE사업)에 선정된 2010년, 재임에 성공한 서 총장이 처음 한 일은 논문실적을 기존의 2.5배로 요구하면서 교수 경쟁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대표적 개혁 사례다.

경북대 한 교수는 "물론 갈등조정 능력이 부재한 경북대 본부에도 이번 사태의 책임이 크다"며 "이러다간 경북대가 다른 지방거점국립대에조차 추월당할 것 같아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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