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 의료혁명의 씨앗] <6>포스텍의 생명공학기술

입력 2013-12-12 07:47:54

질병분자 꿰뚫는 현미경…포스텍·스웨덴에만 있어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연구원이 공초점다광자현미경으로 파악한 질병분자의 구조와 움직임 등을 모니터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연구원이 공초점다광자현미경으로 파악한 질병분자의 구조와 움직임 등을 모니터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에 있는 (주)압타머사이언스 부설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질병 분자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에 있는 (주)압타머사이언스 부설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질병 분자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포스텍 장승기 생명과학과 주임교수(맨 왼쪽) 등 일행이 다중진단의 핵심인 압타머(분자족집게) 기술을 1년 동안 익혔던 미국 소말로직사를 올해 방문해 다중진단 기술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김병구기자
포스텍 장승기 생명과학과 주임교수(맨 왼쪽) 등 일행이 다중진단의 핵심인 압타머(분자족집게) 기술을 1년 동안 익혔던 미국 소말로직사를 올해 방문해 다중진단 기술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김병구기자

현대 의료계의 주요 관심사는 암 등 질환을 누가 먼저 조기에 잡아내느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단을 위한 정보수집의 도구가 필요한데, 대표적인 것이 피다. 현재까지 피를 통한 진단은 분석해서 파악하는 시점이 늦고(암의 경우 3기), 여러 개의 생체표지(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진단할 수 없고, 치료와 동반해서 진단할 수 있는 동반진단이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분자족집게(압타머)를 통해 피 속의 여러 생체표지를 잡아내 진단'분석'해독해내는 다중진단 기술이다.

다중진단의 최종 목표는 스마트폰에 장착된 하나의 칩을 통해 사람의 피를 한 방울만 뽑아내면 자체적인 분석을 통해 위암이나 췌장암의 유무 또는 위험성 정도, 관절염 유무 등 질환을 디지털화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분자족집게(압타머)기술 연구의 산실

포스텍은 2003년 생명공학연구센터를 발족시켰는데, 2007년부터 이 센터의 주요 임무가 바로 미래진단의 핵심인 분자족집게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피 속의 여러 바이오마커를 보고 해석하고, 진단하는 기술이 바로 융합기술인데, 이 중 가장 중요한 기술이 분자족집게 기술이다. 분자족집게를 만들고, 여기에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아내 이 패턴을 연구해 관련된 단백질 양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또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을 탐색해 질병의 유무와 유형을 탐색하는 것이 핵심 연구분야이다.

생명공학연구센터의 핵심시설로는 분자다양성실이 있다. 바로 분자족집게를 만들고, 이를 통해 특정 단백질을 선별하는 실험실이다. 이곳에서는 특정 족집게분자에 약 1경(1천조 개)의 질병 분자를 뿌려서 여기에 붙는 단백질 분자를 골라내 가속기의 빛을 통해 살펴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혈액 속 수십 만 개의 분자 중 원하는 질병 분자를 집어내는 것이다.

생명공학연구센터는 이 같은 작업을 위해 정상시료와 질병분자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단백질 질량분석장치, 분자족집게를 합성하는 합성기 등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 육안은 물론 일반 현미경으로도 관찰할 수 없는 질병분자의 움직이는 모습까지 파악할 수 있는 공초점다광자현미경도 갖추고 있다. 이 현미경은 시가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스웨덴과 국내 포스텍 등 세계적으로 2개밖에 없는 최첨단 장비이다. 이 현미경을 통해 질병이 있는 쥐나 식물 등 분자의 움직임을 파악해 어떤 질병이 어느 부위에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생명공학연구센터 내 동물실험실도 질병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실험실은 내부 공간이나 장비 등 주변 환경 전반을 멸균 처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검은쥐, 흰쥐, 누드쥐 등 260종 1만5천 마리의 쥐를 키우며, 같은 조건에서 유지'교배시키면서 암세포를 주입하거나 치료제를 투약하는 등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암, 비만, 당뇨, 알러지, 염증, 뇌질환 등 질병에 대한 동물실험을 하고 있는 시설이다.

◆폐암 생체표지(바이오마커) 찾아내

포스텍은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얻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제품 상용화에 힘쓰는 한편 다른 의료기관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얻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는 그동안 폐암, 췌장암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를 일부 찾아낸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암환자 혈액샘플을 받아 공동연구를 하고, 벤처기업을 만들어 제품 상용화를 위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텍은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압타머기술에 대한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으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SKT 등 대기업과 연계해 중국과 일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좀더 조직화된 시스템이 절실하다. 포스텍은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생명공학연구센터, 압타머로 바이오마커를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나노기술,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혈액 속 단백질을 빛을 이용해 분석할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개별 시스템은 잘 갖추고 있으나, 바이오마커와 압타머를 전담해 연구하는 시스템과 융합그룹 등을 연결하고 이를 조직화해 제품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질병을 잡아내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공장이 절실하다. 이는 바로 다중진단 제품 상용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다중진단융합기술원'이라고 할 수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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