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분이 타계했다. 전 세계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스포츠 스타들까지 그에 대한 최고의 존경과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넬슨 만델라가 장장 27년간의 옥살이를 끝내고,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우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란 나라에 대해 알고 있던 건 다이아몬드가 많이 나는 나라라는 사실 정도였다.
만델라로 인해 이 나라는 1990년대까지 흑인에게 투표권도 주어지지 않는 인종차별 국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럽이나 아메리카도 아니고, 흑인들의 고향인 아프리카 대륙에서 흑인들이 투표조차 할 수 없는 나라가 20세기 끝자락까지도 버티고 있었다니, 이게 도대체 어느 세상 일인가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은 한 인간을 27년 동안 감옥에 가두었다가, 칠십 노인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가게 했다. 그러나 그 칠십 노인은 뒷방으로 물러나지 않고, 자신의 젊음을 바쳤던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의 종착역을 향해 남은 여생을 불살랐다.
몇 년 전 넬슨 만델라를 주인공으로 한 '우리가 꿈꾸는 기적-인빅터스'란 영화가 개봉됐다. 젊은 시절의 액션스타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게 노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이 영화에선 삶에 대한 넉넉한 통찰을 볼 수 있었다. 거기다 모건 프리먼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넬슨 만델라는 어떤 모습일까 사뭇 기대도 되었다. 과연 무기수, 운전기사에서부터 마피아 보스까지 광대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 왔던 이 배우는 마치 넬슨 만델라를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격동의 정치사 속 위인 넬슨 만델라는 모건 프리먼이라는 배우에 의해 우리 곁의 현인으로 다가왔다.
흑인들이 접수한 스포츠연맹 회의에서 남아공 럭비 대표팀 '스프링복스'의 이름과 유니폼 엠블럼을 바꾸려 하자, 만델라는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는 승자입니다. 그래서 백인들의 소중한 것을 빼앗는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보라 그들의 치졸한 복수가 시작됐다. 우리에겐 그들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나라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 벽돌의 색이 금색과 녹색으로 이루어져 있더라도 말입니다.'
영화 속 럭비월드컵 결승전 장면처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폐막식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부인과 함께 나타낸 만델라가 그를 반기는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며, 그라운드를 가로지를 때 수만 명의 사람들이 '마디바'를 연호하며 그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 땅의 높으신 분들도 국민을 향해 '묵과하지 않겠다' '좌시하지 않겠다' 등 이런 위압적인 태도 대신 만델라와 같은 포용과 설득의 자세를 가진다면 더 큰 존경을 받지 않을까 싶다.
최영(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furyoung@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