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소통 비타민] 빅데이터 시대의 정부 3.0, 문제는?

입력 2013-12-07 07:41:47

최근 국제적 미래 분석 기관인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2020년의 디지털 우주' 보고서를 발표했다. IDC의 예측에 따르면, 2020년까지 2년마다 디지털 데이터는 2배로 증가한다. 누구나 데이터의 생산자가 되면서 그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2년 통계를 보더라도 일반 시민이 생산하고 소비한 데이터가 디지털 우주의 약 68%를 차지했다.

이러한 '빅데이터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 부문의 전략이 바로 '정부 3.0'이다. 정부 1.0은 정보 생산자인 공공기관의 송신자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정부 2.0은 '전자정부'를 모토로 하여 일반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행정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정부 3.0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맞춤화된 행정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정부 3.0에 내재된 가치와 철학이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공직 사회에서 아직 정부 3.0 용어에 대해서 낯설어하고 있다. 과거에 해 오던 전자정부 서비스를 1.0과 2.0으로 부르지 않다가 갑자기 정부 3.0을 말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3.0의 주요 채널인 SNS는 웹 2.0 미디어로 분류된다. 웹 3.0 기술이 빠르게 발전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 3.0 개념과 내용 사이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 3.0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빅데이터 기반 행정과 매시업(mashup)은 선진국에선 정부 2.0과 정부 3.0의 전환기 정책으로 분류되는 것들이다. 설상가상으로 빅데이터는 빅브라더를 연상시켜서 과거 정권의 나쁜 관행인 감시와 통제를 부지불식간에 암시하기도 한다.

둘째, IDC가 지적했듯이 2012년 현재 643엑사바이트로 알려진 디지털 우주 데이터 가운데 단지 23%만이 빅데이터로서 가치가 있다. 여기에도 전제 조건이 있다. 이 23%의 데이터 내용이 무엇인지 태그화(tagged)돼야 한다. 그런데 2012년 현재 태그된 분량은 불과 3%에 불과하고, 그중 실제 분석되어 활용되는 빅데이터는 0.5%로 그 비중이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빅데이터 기반 정부 3.0의 핵심은 태깅(tagging)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인력과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중앙정부가 재원 확보의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 3.0 정책의 조기 실행을 강력히 주문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기업은 정책 확산에 발 벗고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 3.0은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셋째, 정부 3.0 정책이 체계성 없이 수립되어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고 있다. 전시성 행정은 예산 낭비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빅데이터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이 '빅데이터 이해하기'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빅데이터는 트리플헬릭스모델(Triple Helix Model'THM )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DNA가 이중나선 즉 더블헬릭스라는 것에 착안한 THM은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최소한) 3면 접근 방법을 강조한다. IBM이 정의한 빅데이터의 특징은 정보의 폭발적 증가량(volume), 정보가 담고 있는 내용의 다양성(variety), 정보의 성장 속도(velocity)이다. 따라서 정부 3.0 정책도 빅데이터의 각 특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목표와 수단을 고안해야 한다.

정부 3.0이 성공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 1.0과 정부 2.0을 빅데이터와 매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방은 인력과 재원 부족으로 독자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힘들다. 따라서 중앙과 지방 기관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하여 정부 3.0의 호혜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의 3.0 정책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빅데이터 3.0 정책을 트리플헬릭스 시각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담당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정책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한다.

영남대 교수(아시아 트리플헬릭스 학회장)

※필자 사정으로 2012년 3월부터 게재한 박한우의 소통비타민은 마감합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