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에 빠진 잡화점 사장 최양우 씨
최양우(40) 씨. 그는 서문시장에서 잡화가게를 운영하는 어엿한 사장이다. 그는 밤이 되면 록 가수로 변신한다. 밴드와 함께하면 그는 잡화가게 사장이 아닌 가수가 된다. 그것도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헤비메탈 가수로.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노래하는 최 씨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가 시장에서 잡화를 파는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는 노래할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다.
최 씨는 중학교 때 태권도 선수였다. 누구보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가 운동만큼이나 좋아한 것이 있었다. 록 음악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형이 가지고 있던 LP판에서 록을 접했는데,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구나' 할 정도로 신기했어요."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했던 최 씨는 단번에 록에 빠져들었다. 따라 부르면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한 흥분과 함께 재미도 있었다. 외국 록과 가수 이승철이 솔로로 전향하기 전 그룹 '부활'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당시 누구나 가지고 싶어 했던 카세트 녹음기 '마이마이'의 이어폰을 끼고 들으며 따라 불렀다. "친구들은 록 음악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저는 알았어요. 이승철이 노래를 잘 부를 것이란 예상도 했고요."
◆중학교때 접한 록 "이런 음악도 있구나"
음악을 활력소로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대회에 출전하면 항상 은메달, 동메달이었다. "시합에 이기고 승부에 지는 것 있잖아요.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백(연줄)이 없는 것이 한스러웠어요."
그 기분을 음악과 춤으로 채웠다. 명덕네거리 근처 연습실에서 밴드를 만들어 노래를 불렀다. 물론 록이었다. "노래를 하면 시름이 잊혀요. 특히 헤비메탈을 하면 아무 생각이 안 나 좋았어요."
군 제대 후 서문시장 한 가게의 점원으로 취직했다. 물론 노래를 그만두지 않았다. 아는 형과 함께 팀을 구성해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종종 무대에 서기도 했다. 서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왔으나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가지 않았다. "일주일을 고민했어요.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힘들었거든요. 아쉽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최 씨는 6년 동안 열심히 일해 잡화상 가게를 차렸다. 30세에 어엿한 사장이 된 것이다. 다시 팀을 만들고 연습실을 차려 노래를 했다. 그러나 팀원끼리 의견이 맞지 않아 해체됐다. 그는 다시 개인연습실을 만들고 후배들을 불러들여 노래를 했다. 그에게 노래는 삶의 탈출구이자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었다.
대구 중구 삼덕동 지하 연습실(80여㎡)엔 20년 동안 그의 손때가 묻은 앰프와 드럼, 기타, 베이스가 있다. 그는 이곳에서 음악 삼매경에 빠진다. 음악을 듣고 노래하고 작곡을 한다. 그는 누구한테 노래를 배우지 않았다. 혼자 따라 부르고 연습하며 배웠다. 작곡 또한 혼자 공부했다. 작곡한 곡만 수십 곡이다. 현재 만들고 있는 곡도 20여 곡이나 된다. 최근 아내를 위해 노래를 만들고 있다. "좋아할라나 모르겠어요. 우클렐레를 하는데, 우클렐레를 칠 때 아내 얼굴이 제일 밝아요." 그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후 6시 전후로 가게를 접는다. 그러고는 삼덕동 연습실로 달려간다. 늦으면 자정까지 음악을 듣고 노래를 한다. "왜 하냐고요? 밥 먹는 것으로 보면 돼요. 이제 일상이 돼 버렸어요. 연습실에 들르지 않으면 뭔가 허전해요.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고 집으로 갈 때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는 노래할 때 집중한다. 푹 빠진다. "음악을 하면 잡생각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래서 연습실이 가장 아늑하다고 했다. "여기 오면 맘이 편하고 골치 아픈 것도 다 잊어버려요."
◆노래 위한 긴 머리, 장사 방해 되지만…
최 씨의 트레이드 마크는 머리카락이다. 70, 80㎝ 정도로 엉덩이까지 길게 늘어뜨렸다. 머리카락은 제대 후부터 길렀다. 머리카락과 관련해 에피소드도 많다. "손님들이 '아줌마(또는 언니), 이거 얼마예요' 물으면 '네, 만원입니다'라고 하면 깜짝 놀라 도망치기도 합니다. 또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면 여자들이 따라오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으면 들어오던 남자가 나가 남자화장실임을 확인하고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최 씨는 머리카락을 기르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다들 비슷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잖아요. 개성이 없어요. 군에 있을 때도 머리를 빡빡 깎았어요. 튀고 싶은 건 아니고. '자아'가 없어 보이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아 머리카락을 기르고 있습니다."
최 씨는 가끔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한다. 그러나 보고 있으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 "심장이 두근거려 가만히 감상할 수가 없어요.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 감상을 망치게 돼요. 그래서 가급적 공연 보러 가지 않아요." 그는 목소리가 허락하는 날까지 노래를 할 참이다. "노래를 하고 있으면 목소리는 물론 몸 세포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것 같아요. 살아있다는 증거죠. 이제는 좋은 일에도 적극 참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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