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다시 고개…내년 수출 전선 위기감

입력 2013-12-03 10:00:19

원·엔 환율 5년만에 최저…900원대 전망도

원화 강세, 엔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원'엔 환율이 추락하고 있다. 내년에 엔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수출 전선에 또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원·엔 환율 5년여 만에 최저

지난달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58.20원, 엔·달러 환율은 102.33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원·엔 재정환율(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비교해서 구한 값)은 100엔당 1,033.99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12일(1,027.47원) 이후 5년여 만에 1,030원대로 내려앉았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100엔당 원화의 재정환율은 1,037.76원으로 5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년 원·엔 환율 900원대 추락 전망

내년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달러가 강세를 보여도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0개 국제투자은행은 원·엔 환율이 내년 1분기 100엔당 평균 1,031.6원, 2분기 1,012.5원, 3분기 996.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들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되면서 엔화 약세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엔화가 가파르게 떨어져 1년 뒤에 달러당 110엔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달 말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1년 뒤 엔·달러 환율 전망치 평균을 110.89엔으로 잡았다.

◆자동차·철강업종 등 타격 예상

원화 강세, 엔화 약세는 우리 경제가 가장 꺼리는 상황이다.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철강업종 등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엔저에 따른 충격파가 가장 큰 분야로는 자동차로 꼽힌다. 올 1∼10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일본 도요타는 작년 동기 대비 8.1% 늘어난 186만7천대, 혼다는 8.5% 증가한 127만4천대, 닛산은 9.1% 늘어난 103만2천대를 팔았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는 작년보다 0.9% 줄어든 105만8천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일본 업체들이 10% 가까이 판매 신장을 이루는 사이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판매 역 신장을 보인 셈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아직은 엔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문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엔화 가치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엔저가 조금 더 속도를 내면 일본 철강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회복해 동남아 등 경합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사들은 공급 과잉으로 이미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내년에 공급 과잉이나 엔저, 둘 중 하나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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