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은퇴의 재발견] <3부>인생 후반부의 재테크 전략 ④이자로 살아간다?

입력 2013-10-26 07:21:29

은행에 돈 맡겨도 이자 찔끔…절세 상품 눈여겨 볼 때

이자 수입이 급감하면서 은퇴자들의 어려움이 커져가고 있다. 기준 금리가 2%대로 떨어지자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상품을 찾아 기웃거려 보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퇴직 후 이자로 살아가는 한모(60) 씨는 최근 불안에 떨고 있다. 3년 사이에 생활이 너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과 퇴직금을 포함해 6억원의 현금으로 1년 만기 저축은행에 예금해두고 이자로 생활했었다.

퇴직했던 3년 전만 해도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5%대였다. 세금(15.4%)을 빼고도 손에 쥐는 돈은 매월 220만원에 달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불안해서 은행으로 돈을 옮겼다. 예금금리가 계속 내려가더니 지금은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손에 쥐는 돈도 월 13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가 매월 생활비로 쓰는 돈은 평균 150만원. 경조사 소식이 들려오면 애써 외면하고 모임에는 아예 나가지도 않는다. 인간구실을 못하고 산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1억원을 은행에 맡겨도 한 달에 30만원을 못 받는 지금, 은퇴자들의 꿈인 원금은 그대로 남겨두고 이자로만 생활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한번 실수는 치명적이다.

동양사태 최대 피해자는 은퇴자들로 드러났다. 투자금액을 살펴보니 70대 이상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60대 50대 40대 순이었다.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묻지마' 투자를 한 것이다.

저금리 시대,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상품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고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며칠이면 절판된다. 워낙 절판 속도가 빨라 은행원들도 투자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은행 금융상품 트렌드에 대해서는 제법 안다고 자처하는 은행원 차모(40) 씨도 "4%대 특판 상품이 간간이 나와서 알아보려고 하면 어느새 절판이 돼 있다"고 말할 정도다.

젊은 은행원도 이러니 나이 든 은퇴자에게 특판 상품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0.1%포인트라도 높은 수익률을 준다는 신용협동조합이나 우체국을 찾거나 위험을 감수하면서 또 다른 투자처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은퇴자 김모(63) 씨는 몇 차례 특판상품을 구매할 타이밍을 놓친 끝에 수익이 좋다는 펀드에 투자했으나 7%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그는 "펀드에 돈을 넣어두면 많은 수익을 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투자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아 요즈음은 아내 눈치 보며 집안에서 자숙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수익이 높다고 해도 스스로 알아본 후 결정해야 한다. 누가 돈 벌었더라 혹은 지인의 이야기만 믿고 따라 투자하다가는 쪽박 차기 십상이다. 은퇴 이후 투자는 수입이 끊긴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다. 공부를 하며 투자해야 하는 자명한 이유다.

◆세금이 더 무섭다.

은퇴자에게 저금리만큼 뼈아픈 것이 바로 세금이다. 저금리로 수익률 자체가 낮은데다 세금마저 떼고 나면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은퇴자에게 세금이 무서운 까닭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선이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물가는 오르고 이자는 내리고 세금은 많아지는 3중고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금융소득이 2천만원이 넘게 되면 은퇴자들은 지역 건강보험료까지 내야 하는 부담도 따른다.

양현숙 대구은행 PB센터장은 "1억원의 ELS 가입자가 3년 만기가 되어 돈을 찾게 되면 이자가 2천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돈이 많은 사람만 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득의 연간 합계액이 2천만원을 초과할 경우 다른 소득과 함께 과세가 된다. 부동산 임대소득 등 다른 소득이 있을 경우 전체 세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이런 경우 금융소득을 연 2천만원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

금융소득을 줄이는 방법은 60세 이상 은퇴자라면 생계형 비과세저축과 세금우대저축 가입이 필수적이다. 부부가 함께 가입한다면 최대 1억2천만원에 대한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즉시연금보험은 여전히 유용한 절세상품이다. 목돈을 맡기고 이를 매달 연금형태로 받는 이 상품은 일정 기간을 정해놓은 상속연금형과 종신토록 연금을 받는 종신연금형으로 나누어진다. 상속연금형은 2억원 초과 가입 시 과세상품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2억원까지만 가입해야 하지만 종신연금형은 금액에 관계없이 비과세 적용을 받는다.

주식형 상품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식이나 주식형펀드, 주식형ETF 등은 매매차익이 발생하더라도 과세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자로 생활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이자로 생활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저금리 시대에 맞추어 이자와 함께 모자라는 부분은 원금에서 충당하는 노후자금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문대 노후생애설계사는 "이자로만 살겠다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며 오히려 투자기간에 따라 적합한 금융상품을 고를 것을 추천했다. 예를 들면 단기자금은 은행권에 맡기고 10년 이상 장기자금은 보험권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저금리 시대, 은퇴자들은 위험이냐 안전이냐의 선택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생활은 어렵더라도 마음이 편한 안전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다소 모험이 따르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을 높일 것인가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노후설계상담사들은 "개인의 성향이나 나이, 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투자방법을 달리할 수 있으나 현금자산의 30% 정도는 공격적인 투자를 해도 나쁘지 않다"며 저금리 시대의 투자전략을 소개했다.

김순재 객원기자 sjkmforce@naver.com

그림: 화가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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