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급제동…논술 직격탄…학생부 강화
대구 수성구 한 고교 2학년인 A 군은 내년으로 닥쳐온 대학입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아 고민이다. 지난달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5, 2016학년도 대입 제도 확정안' 때문이다.
"논술이 이젠 없어지는 겁니까? 논술 준비를 조금씩 해왔는데 앞으로는 안 해도 된다는 건가요? '필요없다' '그래도 해야 된다' 등 저마다 말이 다르니 헷갈려요. 정시모집 비중도 다시 커질 거라는데…. 그럼 수능만 잘 보면 된다는 말인가요?"
교육부가 2015, 2016학년도 대입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확정'발표했지만 학생,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수능 영어에서 A'B형 수준별 시험 방식이 폐지된다는 점 정도만 쉽게 이해될 뿐이다. 이에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와 함께 이번에 발표된 대입 제도 확정안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1일과 8일 두 차례에 걸쳐 문답식으로 짚어본다.
-수시 비중이 준다는 예상이 나오던데요? 그럼 이제 수시보다 정시 준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건가요?
▶수시 전형 단순화, 학생부 종합 전형 제시, 논술고사 출제 범위 제한 및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 적성고사 폐지 등의 방안이 발표됨에 따라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하기는 쉽지 않게 됐습니다. 학생부 비교과나 쉬워질 논술이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시 선발 인원을 줄이는 학교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수시 비중이 줄어들어도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있어서 수시는 결코 소홀히 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필수 선택입니다. 가령 상위권 A대학이 논술 전형 비중을 정원의 30%에서 20%로 줄였다 해서 응시하지 않겠다고 할 학생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교과를 중심으로 한 수능 공부를 기본으로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를 충실히 다지며 수준에 따라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형태의 입시 준비에는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연히 정시 비중이 늘어난다는 데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종전에 대학에서 운영되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폐지되는가요?
▶입학사정관을 활용해 전형을 운영하는 방식은 폐지되지 않습니다. 학생, 학부모가 대입 전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학생부, 수능, 논술과 같은 핵심적인 전형요소를 중심으로 대입 전형체계를 조정한 것일 뿐입니다. 입학사정관전형은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면접,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앞으로 지원자의 학생부를 분석해 학생 개개인이 지닌 소질과 적성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것이 오히려 중시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입학사정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학생들은 내신 관리와 수능 대비 외에 자신의 꿈과 끼를 키워가는 다양한 활동들을 충실히 하고 꼼꼼하게 정리하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합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완화된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죠?
▶8월 발표한 개선안 시안과 달리 확정안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지 않고 완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수능 백분위 대신 등급만 반영하는 것이죠. 9개로 나누는 등급을 적용하게 되면 0~100까지 세분화된 백분위를 적용할 때보다 해당 성적대의 수험생이 늘어나게 돼 대학에 지원하는 기준이 완화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가령 이번 수시모집에서 서강대 논술전형(우선선발)의 인문사회계열의 최저학력기준은 국어 B'수학 A'영어 B형 등 3개 영역의 백분위 합계 284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내년 입시부터는 '3개 영역 합계 3 또는 4등급' 식으로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또 성균관대 수시 일반학생전형(논술형) 중 공학계열은 수학 B형과 과학탐구 영역의 등급 합계인 3 이내 또는 수학 B형과 영어 B형의 백분위 합계 190 이상으로 최저학력기준을 정하고 있으나 내년 입시부터는 등급 합계만 조건으로 걸 수 있게 됩니다.
-교육부가 대학들에 가급적 논술을 시행하지 않도록 유도한다는데 이제 논술 공부는 안 해도 된다는 뜻인가요?
▶교육부 발표를 얼핏 보면 논술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대학의 활용 방안을 자세히 덧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 보면 대학의 자율적인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논술을 시행할 경우 고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출제해 학생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라는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출제에는 자문위원 형태로 고교 교사를 참여시켜 의견을 반영하고 문제와 해설, 채점 기준을 공개해 학생 개인이나 학교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안도 내놨습니다.
대학이 이와 같은 원칙들을 준수한다면 논술고사 실시 자체에 대해서는 제재하기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정규 교육과정이나 방과후학교, EBS 등을 통해 대비할 수 있는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교육부가 2013년 하반기에 교육과정 총론을 개정해 고교 교양교과(군)에 '논술' 과목을 신설, 2014년부터 고교 전 학년에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논술 공부는 더 많이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시에서 구술면접과 적성고사를 치지 않도록 하고 학생부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한다는데 이는 학생부 내신이 중요해진다는 의미인가요?
▶수시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은 학생부 교과와 학생부 종합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학생부 교과는 흔히 말하는 내신 중심으로 선발하는 것이고 학생부 종합은 기존에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전형과 비슷합니다. 학생부를 적극 활용하라는 말은 교과 성적 외에 교과발달사항, 비교과 활동 등을 대학과 모집단위 특성에 맞게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면접 등을 통해 충분히 점검하라는 의미입니다.
고교에서 개인별 특성이 드러나도록 학생부를 한층 충실하게 기재하고 대학들이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단순히 내신성적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과 방법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또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동아리, 봉사, 진로, 독서 등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수시에서 수능 성적의 영향력을 줄인다는데 내년 수시부터 수능 성적을 쓰지 못하는 건가요?
▶교육부는 수시 경우 학교생활,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이 평가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능 성적의 영향력을 줄여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15학년도에는 우선 백분위 사용을 자제하고 등급만 사용하도록 하며,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등급을 완화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향후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한다고 하니 대학들로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기초 수학 능력을 얼마나 갖췄는지에 대한 대학의 관심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전공과 관련된 수능 과목을 중심으로 다소 완화된 등급을 적용하거나 특정 교과목 내신에 비중을 더 두는 등의 방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수능 성적 반영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결과의 문제이지 과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수능 공부를 소홀히 하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기 때문에 수능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도움말=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053-251-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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