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대하는 첫인상이 일반인이 보는 그 사람의 관상(觀相)이다. 관상 하나만 뛰어나도 세속적 기준에서 입신출세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관상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정신력이 떨어져 허구한 날 침대에서 뒹구는 게으른 심성이면 실패한 인생이 되고 만다. 반대로 모든 요인이 최악이라도 굳건한 정신력의 소유자라면 성공한 삶을 영위할 수도 있다.
관상의 대원칙은 사람의 형상을 대자연의 법칙이나 현상에 대비시켜 살피는 것이다. 사람의 몸에서 운명을 판단해 미래에 닥쳐올 흉사를 예방하고 복을 부르려는 학문이 바로 관상이다. 넓은 의미의 관상은 얼굴(面相)만 보는 게 아니라 골상(骨相)'수상(手相)'족상(足相) 등 사람 몸의 생김새와 목소리까지 읽어내는 방대하고 어려운 학문이다.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 기색(氣色)과 심상(心相)까지 파악할 수 있으면 인간의 종합적 운명도 판단 가능한 도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관상학은 조선시대 인재를 등용하는 방편으로 쓰이기도 했다. 오늘날 '얼굴경영'이라 해서 기업체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관상을 보기도 하고, 대학에선 관상학과나 얼굴경영학과도 생겨났다.
사람의 관상은 일생을 통해 늘 변한다. 예전에 비해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식생활이 개선됨에 다라 사람들의 얼굴이며 체격이 커졌다. 그러나 형제와 이웃관계를 보는 눈썹은 대체로 적어졌는데, 이것은 형제간의 왕래가 줄고 아파트의 증가로 인해 이웃과의 소통이 줄어듦에 따라 현대인의 정신적 고독이 커진 것을 방증한다. 성형 관상도 유행이다. 필자는 점 빼기, 눈썹 문신 등 간단한 성형으로 심리적 자신감을 배가시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큰돈을 들여서 하는 대규모 성형은 권할 바가 못 된다. 관상의 적절한 이용을 넘은 과유불급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에 본 영화 '관상'에서 조선 제일의 관상가 내경이 한 "파도만 보았지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지 못했다"는 말처럼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관상은 실패한다. 또 아무리 관상의 대가라도 자신의 미래와 자식의 문제는 잘 맞히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객관성 결여와 정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수양대군의 이마에 찍은 역삼각형의 3점, 성형 관상으로 인해 수양이 왕이 된 것은 아닐까.
관상을 본다는 것은 제 그릇의 크기를 아는 것이다. 제 분수에 알맞게 탐욕 없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예로부터 관상을 보는 것이 심상을 보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핵심은 평소 착한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고, 경제적 기부는 물론 나보다 약한 자에게 말 한마디라도 아름답게 하는 덕을 쌓으면, 한 사람의 삶이 관상을 넘어 능히 좋은 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다. 관상보다 심상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서영환 /시인'음악평론가 seodam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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