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사고 쏟아진 법·대책… 1년만에 규제 뒷걸음 조짐

입력 2013-09-26 11:19:01

지난해 9월 28일 구미시가 휴브글로벌(주) 불산 누출사고 현장에 소석회를 뿌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해 9월 28일 구미시가 휴브글로벌(주) 불산 누출사고 현장에 소석회를 뿌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해 9월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이후 국회에선 화학물질 관련 법을 제'개정했고, 정부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산업계의 반발로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화학물질 관련 법 제'개정과 안전대책=올 5월 22일 제정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의 핵심은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화학물질 내용과 유해성을 확인해 안전에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는 데 있다. 신규화학물질과 기존화학물질(연간 1t 이상)의 제조'수입'판매자는 용도와 사용량 등을 환경부장관에게 매년 보고하도록 했다. 제조'수입 전에 유해성과 위해성 정보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등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조'수입자와 사용'판매자 간에 상대방이 요청할 경우 용도와 양, 노출정보 등을 제공하도록 명시했다.

6월 4일 개정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기 위해선 장외영향평가서와 검사결과서, 위해관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특히 화학물질 취급자는 5년마다 화학사고 유출시나리오와 응급조치 계획, 피해복구 등을 담은 위해관리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지역주민에게 서면으로 알리는 등 매년 1회 이상 고지해야 한다.

정부는 7월 5일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도 내놓았다. 기업은 노후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는 안전진단을 위한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한화케미컬 등 국내 9개 대기업은 낡은 시설 개선과 환경안전시설 강화, 유독가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을 위해 2015년까지 2조8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중소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무상 정밀 안전진단에 나선다. 현장을 방문해 기술 지도와 교육을 하고 긴급 정비가 필요한 시설에는 중소기업 융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계 반발로 규제 완화 우려=문제는 벌써부터 산업계 반발로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조사연구용 화학물질의 등록면제 조항이 삭제됨으로써 등록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기업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등록에 10개월 이상 걸려 연구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고, 시험분석 비용도 한 물질당 7천만~16억원까지 든다는 것이다. 사용'판매량과 물질정보를 제공할 경우 영업비밀이 침해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에 대해선 환경부장관의 확인을 거친다면 등록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일한 물질에는 '공동 자료제출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자료를 제출하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동록유예기간도 최장 8년이 부여될 예정이어서 자료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정부는 밝혔다.

환경부 화학물질과 관계자는 "동일'유사한 화학구조의 경우 검색을 통해 유해성 파악이 가능하다면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자료보호 요청을 할 경우 해당 자료는 비공개된다"고 했다.

정숙자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구미 불산 사고 당시 인근 주민들은 주위 공장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얼마나 다루는지와 인체에 얼마만큼 위험한지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고 현재도 영업비밀을 핑계로 정보공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의견 수렴이란 명목으로 이해 당사자인 기업체들의 입김이 들어가게 되면 정부 대책의 당초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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