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같은 대구경북

입력 2013-09-25 11:46:09

주택가 LPG 판매소 많고 무허가, 불법 보관 수두룩…주민들 '혹시나

대구 남구 대명동 가스폭발과 같은 사고 위험을 안고 있는 가스'인화물질 취급업소와, 불산과 같은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화학물질 업체 등 대구경북 곳곳에 '화약고'가 널려 있어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대부분의 LP가스 판매소가 가정집과 붙어 있고, 관리 대상에서 벗어난 불법 가스 보관소는 행정기관이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이후에도 지역 화학물질 취급업체는 여전히 환경 위반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관계기사 3면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LP가스 판매소는 313곳이고 대부분 주택가에 있다. 안전거리와 입지규제가 있는 LP가스 충전소와 달리 LP가스 판매소는 입지에 대한 규제가 없다. 또 판매소 주변에 시너와 같은 인화물질 취급 업소가 들어와도 이를 규제할 법안은 없다.

23일 대명동 가스폭발 사고 발생 지점으로 추정되는 LP가스 배달업체 사무실 주변에는 사무실과 연결된 가정용 LP가스 용기 외 소량의 가스가 담긴 영업용 LP가스 용기(50㎏) 3개가 발견됐다. 경찰 등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전 배달업체 사무실 종업원 A씨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가스 용기를 사무실 내부에 보관했다. 얼마 후 가스 폭발과 함께 가스 용기는 건물 바깥으로 날아갔다.

이처럼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영업용 LP가스 용기를 불법 보관했다는 점은 대형 참사의 씨앗이 늘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 남구청에 따르면 이곳 사무실은 일반 소매점으로 LP가스 용기를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주문을 받고 판매하는 장소로 사용돼 왔다. 이 경우 관계법에 따라 화재'폭발 위험이 높은 LP가스 용기를 실내에 보관할 수 없다. 만약 영업용 LP가스 용기마저 이번 폭발의 충격으로 함께 터졌다면 사고는 더 많은 사상자와 피해를 낳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웃에는 페인트,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을 보관'판매하는 페인트 가게가 있었고, 건물 왼편에는 영업용 LP가스 용기 4개와 가정용 LP가스 용기 10여 개가 보관된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폭발이 일어난 건물 일대가 거대한 '화약고'였던 셈.

김판태 대구 남부경찰서 수사과장은 "LP가스 용기를 보관할 수 없는 일반 사무실에서 가스 용기를 불법 보관'판매한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고 불법 보관한 사실이 밝혀지면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독물을 취급하는 업체가 몰려 있는 산업단지 인근 주택가 역시 유독물이 누출될 경우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화학물질 취급업체 중 올 들어 8월 말까지 대기와 수질 등 환경 관련 법규를 위반해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모두 119건에 달했다. 매달 14.9건꼴이다. 전체 적발 건수 가운데 18.5%에 해당하는 22건이 최근 2년 동안 1건 이상의 환경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업체였다. 대구지방환경청이 대구경북 화학물질 취급업체 중 사고에 취약한 40곳에 대해 올 7월 한 달 동안 점검을 벌인 결과에서도 절반이 넘는 23곳이 적발됐다.

서광호'이화섭'신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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