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뮤지컬 도시

입력 2013-09-24 07:58:01

최근 몇 년 사이 언론에서 대구를 '뮤지컬 도시'라고 소개하는 걸 자주 보게 된다. 근래 수년간 지속된 경기침체 속에서도 대구의 뮤지컬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1990년대 중반부터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브로드웨이 42번가' '난타' 등 작품들이 꾸준히 소개되었지만, 1년에 한두 작품이 3, 4회 공연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2003년 '캣츠' 오리지널 대구 공연이 지방 공연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30회 장기공연을 시도하면서 유료 관객 점유율 95%라는 성공을 이끌었다. 더불어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장기공연이 가능한 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5년 '맘마미아'가 57회의 장기공연을 성공함으로써, 대구 뮤지컬 시장의 판도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대구에 '뮤지컬 도시'란 타이틀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서울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미스 사이공' 등 대형 뮤지컬이 차례로 대구에서 공연됐다. 뮤지컬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대구시에서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을 주최함으로써, 대구의 뮤지컬 시장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리고 2010년에는 금세기 최고의 뮤지컬이라 불리는 '오페라의 유령'이 지방에서는 전무후무한 93회 공연, 100억원 매출, 12만 관객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파크 티켓 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공연시장은 매년 작품수는 늘어나는 데 반해 매출액은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대구의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수는 많아지는 반면 흥행에 성공하는 공연은 대형 뮤지컬 몇 작품에 그치고 있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의 결과만 볼 때 대구가 서울을 제외한 도시 중에서 가장 큰 뮤지컬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몇 작품의 성적만으로 대구 뮤지컬 시장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딤프의 관객 동원 실적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구 뮤지컬 시장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중심으로 커졌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공연장과 관객들에게만 적용될 뿐, 지역 공연계 발전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대구가 진정한 뮤지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형 뮤지컬을 비롯해 중소형 작품들과 지역의 콘텐츠를 활용한 창작 뮤지컬까지 좀 더 다양한 규모의 작품들이 함께 공연되고, 흥행에 성공해야 한다. 그런 창작 뮤지컬이 성공할 수 있을 때, 대구의 뮤지컬 시장은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박대성<파워엔터테인먼트 기획실장 power1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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