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은 1694년에 세워진 영국의 잉글랜드 은행(영란은행)이다. 잉글랜드 은행은 영국이 당시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전쟁을 앞두고 전쟁 비용을 조달할 목적으로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 은행으로 설립됐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은행권을 금으로 교환하는 금태환 제도를 폐지하고 잉글랜드 은행이 돈을 찍어 정부에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1688년 명예혁명을 계기로 의회가 중심이 된 정부 수립 이전에 영국의 절대왕정 체제에서 군주들이 불량 화폐를 제조하여 화폐 가치를 타락시켰던 우려를 다시 자아냈다.
이후의 금융 역사는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나서 금태환 제도의 재개와 폐지, 화폐제도의 기초를 금화로 하는 금본위제의 유지와 폐지 등의 흐름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프랑스, 독일, 미국 등으로 전파돼 국가별로 중앙은행이 설립되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점차 커졌지만, 재무부와 중앙은행의 역할을 둘러싼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과 조절을 통한 물가 관리, 외환 관리 등의 역할을 정립하게 됐으며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도 역할에 대한 논란 때문에 1914년에야 설립됐다. 연방준비은행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95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통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1979년에서 1987년까지 재직하며 물가 안정에 역점을 둔 폴 볼커, 1987년에서 2006년까지 모호한 화법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를 키운 것으로 평가받는 앨런 그린스펀, 금융 위기를 잠재우며 경제 성장에도 힘썼던 벤 버냉키 등이 그들이다.
버냉키의 뒤를 이어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이 차기 의장이자 미국 최초의 여성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엘비라 나비율리나, 말레이시아의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등 17명의 여성 중앙은행 수장이 이미 활약 중이다. 옐런은 '비둘기파'로 양적 완화 축소에 신중한 입장으로 알려져 있어 지명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금융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성이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할 상황이 닥쳤으니 금융 역사에도 획기적인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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