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편지] 나이는 숫자일 뿐

입력 2013-09-23 07:44:41

최근 화제가 되는 TV프로그램 중에 '꽃보다 할배'가 있다. 우선 70, 80대 어르신들이 배낭여행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파격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누구나가 '그 나이에 무슨 배낭여행이야!'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출연하는 어르신들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송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고, 우리 시대에 어르신들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도 그렇지만 남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나이라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젊은 사람도 아닌데"라는 말 한마디를 변명거리로 삼으며 말이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스스로 변화에 도전할 줄 아는 유연성으로 무장한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버님은 연세가 93세다. 며칠 전 서울 사는 형님이 전화를 걸어와서 "동서, 아버님이 임플란트를 하셨어. 치과의사 며느리가 불편하신 데가 없으신지 안부전화 드려봐"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치과의사인 나조차도 '아니 그 연세에 무슨 임플란트를 하셨지?'하는 생각과 함께 그 시술을 한 치과의사가 무리한 시술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술을 받았다니 걱정이 돼 전화를 드렸다. 아버님은 상태가 좋다며 앞으로 치아를 해 넣고 잘 먹을 생각을 하니 기운이 난다고 했다. 그래도 걱정이 돼서 시술을 한 치과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들어봤다. 우리 아버님의 경우는 이를 뽑았어도 치조골이 튼튼한 상황이기 때문에 연세가 많아도 임플란트가 최선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들으니 나 혼자만 93세라는 나이에 집착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성주에 사는 어르신들의 구강검진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할머니의 인상이 너무도 고운데 치아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틀니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걱정스럽기도 하고 궁금해서 "할머니, 틀니 없으세요?"라고 물으니 "이 나이에 틀니를 왜 해? 곧 저 세상에 갈 텐데. 왜 나한테 돈을 들여. 우리 아들이 치과에 데리고 갔는데 내가 그냥 나왔어"라고 했다.

그때 그 할머니의 나이가 76세였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 한창때라고도 할 수 있는데. 스스로 그 나이를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는 것으로 스스로 규정하고, 몸을 보살피는 것을 그만두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나이는 희망에 반비례한다는 말씀이 있다. 희망이 시들면 나이가 든 것이고 희망이 솟구치면 젊은 나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부터 나이보다는 마음가짐으로 젊음을 일궈나가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이야 가라!'라는 구호를 실천하는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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