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풍토가 인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풍수 하면 좋은 땅 잘 골라 음덕을 보자고 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생 풍수 사상의 원류인 도선(道詵) 풍수는 그런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지리학이 아니고 땅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은 홀로 되는 것이 아니며, 사랑은 훌륭하고 좋은 것만 상대하는 일도 아니다. 결함이 있는 땅에 대한 사랑이 바로 도선 풍수가 가고자 하는 목표이며 비보 풍수이다.
예를 들면 사찰을 지은 자리 자체가 명당인 곳이 있는가 하면 비보 사찰이 있다. 터가 명당이면서도 마을이나 또 다른 동네를 구하기 위하여 세워진 사찰이 있다. 100% 전미지지(全美之地)의 땅은 없다. 사람이건 땅이건 결함이 없는 것은 없다. 도선은 국토의 병통을 고치기 위하여 비보의 방법을 고안한 분이다. 이는 바로 살아있는 땅으로 재생시키는 운동 원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삶 속에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모르게 느끼고 있다. 다만 그것을 분명하고도 합리적으로 표현을 하지 못할 뿐이다. 고유한 우리의 자생 풍수는 어머니인 땅이란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땅이 살아 꿈틀거리는 용(龍)으로 혹은 어머니의 인자한 품으로 보이기 시작해야 풍수를 말할 수 있다. 좋은 땅, 나쁜 땅을 가리는 것이 자생 풍수가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맞는 땅, 맞지 않는 땅을 가리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바로 풍수가 되는 것이다. 풍수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좋은 터와 나쁜 터를 가려서 재앙을 피하고 복을 받아보자는 것이다. 즉 그것은 안온한 삶, 근심 걱정 없는 안정 희구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터를 잘 잡는다는 것은 땅과 생명체가 기를 상통시킬 수 있는 자리를 잡는 것이다. 잘 잡힌 터에 뿌리를 내린 생명들은 조화로운 감정과 안정을 선사한다. 그런 곳에서 느끼는 평안함이 모든 사람이 바라는 마음의 지향성이다. 바로 어머니 품속과 같은 땅이다. 이것이 자생 풍수에서의 터잡기의 기초이다.
자생 풍수의 방법론적 본질은 본능과 직관과 사랑, 바로 이 세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순수한 인간적 본능에 의지하여 땅을 바라본다. 거기에 어머니 품속 같은 따스함을 추구하는 마음이 스며들지 않을 수가 없다. 마을 앞에 가면 조산(造山), 조탑(造塔), 장승이 있다. 이는 잡귀와 질병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수호신이며, 비보 풍수의 대표적인 예이다. 마치 병든 이에게 침이나 뜸을 시술하는 이치를 땅에 적용한 것이 자생 풍수의 비보 책이다.
풍수가'수필가(jds36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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