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위대한 사상가인 몽테뉴(1533~1592)는 많은 저서를 남겼지만, 후세 사람들로부터 계속해서 애독되고 있는 책으로는 '수상록'이 있다. 손우성 교수에 의해 번역된 '수상록'(동서문화사 간)이 널리 읽히고 있다.
그는 부모로부터 거대한 성(城)을 물려받았지만 부에 매몰되지 않고 부의 주인으로 평생을 살았다. 그는 성탑 3층에 있는 방에 1천여 권의 장서를 비치한 후 독서, 사색, 집필에 몰두했다. 그는 45세 때부터 타계할 때까지 담석증으로 고통받았지만 지적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3권으로 되어 있는 '수상록'에는 다양한 주제를 가진 107개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으며, 한국어판 쪽수는 1천233페이지에 이른다. 두 쪽짜리 에세이가 있는가 하면, 200여 쪽이 넘는 긴 에세이도 있다. 모두 독립된 내용의 에세이여서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에세이 제목을 보고 관심이 가는 것부터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몽테뉴는 이 책에서 자신에 관한 많은 에세이를 썼다. 1권 26장, 2권 10'16'17'37장, 3권 전부가 자신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특별히 아버지가 아들 몽테뉴를 교육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깊게 묘사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들에게 라틴어를 가르치는 방식이다.
이 책 전체에 관통하는 중심사상은 회의주의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피론(Pyrrhon)의 회의주의를 빌려 인간정신이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서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평생 '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는 앞시대의 모든 사상과 지식의 진실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위인들의 사상에 대해 흠모하거나 주석을 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의 사상에 대해 우리 자신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 자신은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을 얻되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상록'에는 수많은 위인들의 글들이 인용되어 있다. 몽테뉴는 위인들 중 플루타르코스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보여 주었다. 우리는 인용문을 보면서 그의 독서량을 짐작할 수 있다. 위인들의 이름만 표기되고 출처표시가 없어 불편하지만, 이것은 그 시대의 글쓰기 방식이어서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은 1603년 영역이 되어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베이컨'데카르트'파스칼'로크'바이런'에머슨 등 후세의 위대한 저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 paidei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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