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갈등, 총리도 헛걸음

입력 2013-09-12 10:41:38

설득 위해 개별 보상 제시…주민 "공사 저지" 재확인

8년 가까이 갈등을 빚고 있는 765㎸ 밀양 송전탑 문제와 관련해 11일 주민 보상안이 발표됐으나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주민들은 여전히 공사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정부와 한국전력의 일방적인 공사 재개 시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11일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건설현장이 있는 밀양시 산외면사무소와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한 뒤 밀양시청에서 지역 기관장 및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각각 열었다.

정부는 이날 주민대표위원 10명과 한전'밀양시'경남도'산업통산자원부로 구성된 '밀양 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협의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변 주민들에 대한 보상 합의안을 확정했다. 합의안은 지역특수보상사업비(마을단위 지원, 개별지원) 185억원 가운데 최대 40%(74억원)는 개별 가구에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는 마을 숙원사업에 사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관련법에는 개별 보상을 금지하고 있으나 최근 이를 허용한 '송'변전설비 주변시설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개별보상 대상은 송전탑 경과지 4개면 30개 마을 1천800여 가구다. 이에 따라 한 가구당 약 4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태양광 밸리사업'도 예정대로 보상안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재작년 순환 정전 사고로 국가적인 재난을 경험했고, 올해 여름 전기 부족으로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는 등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며 송전탑 공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들은 공사 강행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총리에게 전달했다.

정 총리와 반대 주민 대표들이 간담회를 한 단장면사무소 앞에서는 주민 300여 명이 공사 백지화를 촉구하며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일부는 총리가 탄 버스가 면사무소를 빠져나와 시청 쪽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고 한때 도로에 드러누워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계삼 송전탑 반대 대책위 사무국장은 "주민들은 더 물러설 곳이 없다"면서 "정부와 한전이 공사를 강행한다면 온몸으로 막겠다"고 공사 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고리-창녕 구간에 161개 철탑 중 52개 철탑을 건설하는 밀양 송전탑 공사는 국회의 중재에 따라 지난 5월 29일 이후 3개월 넘게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남아있다.

밀양'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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