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오페라단인 영남오페라단(단장 김귀자)의 창단 29주년 기념공연 '라보엠' 지휘를 위해 대구에서 머물고 있는 마에스트로 마르코 발데리(Marco Balderi)는 오페라 공연을 위한 대구의 준비 상황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26일부터 대구에 머물고 있는 발데리는 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이미 오페라 연주 경험이 굉장히 많은 오케스트라이다 보니 가르침이나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흡수가 빠르다"며 "특히 성격이 당찬 박은지 악장이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합창에 대해서는 "합창단원들의 얼굴이 너무 어려 걱정했지만 무대경험이 많은 친구들이어서 안심할 수 있었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자세가 좋았다"고 했다. 솔리스트에 대해서는 "이탈리아 말만 이해하고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이탈리아 사람처럼'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려 한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발데리가 아쉬움을 표한 대목도 있었다. 바로 연습실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예쁜 외관만큼이나 좋은 시설을 갖췄지만 연습실이 부족하다는 것. 발데리 씨는 "이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직원들의 사무공간을 줄이더라도 연습실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지기 쉬운데, 극장에 와서 연습을 하고 서로의 열정을 느끼다 보면 더 나은 예술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 꼭 필요한 공간"이라고 했다.
마르코 발데리는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후 1984년부터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 중이며, 밀라노 라 스칼라, 피렌체 시립극장 등 유럽의 주요 극장을 거쳐 지금은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의 지휘자로 있다.
그는 이번 라보엠 공연에 대해 "돈 없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작품인 만큼 싱싱함, 유쾌함을 드러내는 그런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며 "미미가 폐병으로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미소를 띤 채 숨을 거둘 만큼 이들의 이야기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음악적'연출적으로 푸치니 작곡 그대로의 원작을 다시금 끄집어내는 '정통' 오페라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발데리 씨는 1988년 올림픽 기념 창작오페라 '시집가는 날'의 지휘를 시작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어왔지만 대구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대구오페라하우스를 매일같이 드나들면서 지금까지 공연된 수많은 작품들의 포스터를 봤다"며 "대구가 이렇게 수준 높은 오페라 공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오페라를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대구 시민들이 있었기에 질적으로 우수한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고유한 정신문화 덕분인지 이탈리아나 독일, 프랑스의 노래를 할 때 마치 정신세계마저도 그 안에 녹아들어가 있는 듯한 열정이 느껴져 좋으며, 이것이 아마 언젠가는 유럽을 앞서나갈 음악적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