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답이 없는 듯하다. 오랜 세월 많은 역사학자가 이를 두고 다퉜으나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엄정하게 객관적 사실(Fact)만을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실 가운데 기록자가 역사에 남기려고 어떤 사실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선택에 대한 정당성이 필요한데, 여기에 사실에 대한 해석이 따른다. 그 해석을 두고 역사가는 목숨을 걸고 싸운다. 이 때문에 단순한 사실이 정반대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금의 50대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전 학생이 하나의 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웠다. 그때의 패수는 당연히 대동강이었고, 한사군은 황해도와 평안도에 걸쳐 있었다. 또 김유신은 삼국을 통일한 위대한 장군이었고, 묘청은 풍수지리설에 근거해 수도를 서경(평양)으로 옮기려다 실패하자 난을 일으킨 나쁜 놈이었다.
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패수가 대동강이 아닌 요동의 강일 가능성이 크고, 한사군의 위치가 지금의 만주 지역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또한, 김유신은 외세를 빌려 동족(백제와 고구려가 신라와 같은 민족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을 핍박했으며, 묘청은 황제라고 칭하고 연호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단재 신채호가 천 년래 최고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을 학교 국사 시간에는 배우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는 너무나 달라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쟁점이 한둘이 아니라 한국사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근'현대사에 들어오면 더욱 심하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나 일제강점기의 역할, 친일파와 좌우익의 문제 등 다 헤아릴 수도 없다.
최근 교학사가 출판 예정인 우 편향 한국사 교과서로 시끄럽다. 버젓이 남아 있는 제헌 헌법 전문을 왜곡하고, 해석상의 오류는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을 표절했다는 의혹까지 받는다.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좌 편향 교과서에 대한 비판으로 시끄러웠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 중고교에서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고, 수능 필수 과목으로의 지정을 추진 중이다. 교과서에 실릴 내용에 대한 시각이 이렇게 논란이라면 무엇으로 어떻게 가르쳐 학생에게 역사 인식을 심어줄 것인지부터 논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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