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창조경제는 건전한 기업 생태계서 나와

입력 2013-09-04 07:25:33

박근혜정부는 경제 부흥을 이루기 위한 국정 핵심 키워드로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핵심 목표로 개인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제시했다.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은 기존의 경계선을 토대로 한 '산업'으로부터 융합을 토대로 한 '기업생태계'(business ecosystem)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생태계(生態系'ecosystem)는 상호 작용하는 유기체들과 또 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의 무생물 환경을 묶어서 부르는 용어다. 하나의 영역 안에 사는 유기체들이 먹이사슬을 통해 상호 의존하면서 독립된 체계를 이루는 것이 '생태계'이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적 요소는 그 기능을 기준으로 크게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로 나눌 수 있는데 생산자 단계에서부터 여러 소비자 단계를 거쳐 가는 유기물과 에너지가 이동해 먹이사슬이 나타난다. 자연생태계는 영양물질이 먹이사슬에 의해서 차례로 소비되는 과정과 그 생명체의 배설물과 주검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영양소로 재생되는 자생성을 기반으로 한 순환 과정을 통해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기업생태계 역시 창업→성장→퇴출(구조조정)→창업이라는 먹이사슬, 즉 가치사슬로 구성된다. 먹이사슬 간에 자생성을 기반으로 균형을 취하면서 자연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처럼 기업생태계 역시 창조성 있는 벤처기업의 창업과 우량 기업의 성장 그리고 부실 기업의 도태를 통해 자본과 인력이 새롭게 재분배되는 기업생태계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하여야만 기업생태계가 평형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정착을 위해서는 창업은 물론 기업의 성장과 퇴출을 유도 또는 지원함으로써 최적의 자원 배분에 적합한 적정 기업 수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의 국정 목표인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하여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마저도 창업만을 지나치게 강조, 지원하고 있어 마치 '생태계=창업'으로 오인할 정도이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정부 시절 수많은 국민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트린 '신(新)경제론'을 재론할 필요없이 지나친 창업 지원 정책은 기업생태계를 교란하고 평형성을 와해시켜 결국에는 국가 혹은 지역경제를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특히 창의성이나 경쟁력이 없어 자생적 구조가 매우 취약한 신생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창업 지원은 기업생태계의 허용 가능한 수용 능력(carrying capacity)을 넘어서서 창업, 성장, 퇴출이라는 가치사슬 간 균형을 왜곡시켜 결국에는 건전한 기업생태계마저 와해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은 생태계적 관점에서 기업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 혹은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전개하면서, 현존하는 다양한 이슈들을 고려하여 창업은 물론 성장과 퇴출 등도 생태계적 측면에서 균형적으로 지원하여 기업생태계가 순기능적으로 선순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먹이사슬이 여러 개 얽혀 있는 먹이그물(feed web)이 복잡할수록 하나의 먹이사슬이 흔들려도 그것을 보충해 줄 다른 먹이사슬이 있어 생태계의 평형 유지가 더 잘 이루어지듯이, 정부에서는 환경 조성을 통하여 가능한 한 많은 가치사슬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지향하는 국정 목표인 지식정보화사회를 넘어서 창조경제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현재 생태계의 유지 혹은 개선을 넘어서는 새로운 생태계로의 전환, 즉 생태학적인 '천이'(遷移)와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가 직접 나서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려 하거나 창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창조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인프라의 조성, 즉 창조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환경,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환경과 기반 조성, 개방적이고 유연한 문화 환경의 조성에 역량을 결집하여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에서는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 기업생태계의 유지, 발전이다. 즉 지역의 먹이사슬을 면밀히 분석한 후 취약한 분야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전체 생태계의 균형을 이뤄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여야 한다. 둘째, 새로운 기업생태계로의 천이를 준비하여야 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여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인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야만 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이재훈/영남대 교수·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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