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고 '인문학과 과학 융합 글쓰기' 프로그램

입력 2013-09-03 07:47:15

아이디어·발상 '톡톡' 논문집 벌써 세권

'인문학-과학 융합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가해 '성리학자, 머리에 사과를 맞다'라는 책을 펴낸 경상고 학생들. 경상고 제공

대구 경상고등학교가 대학과 연계, 인문학과 과학을 융합한 글쓰기 프로그램을 수년째 꾸준히 운영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상고의 '인문학-과학 융합 글쓰기' 프로그램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과학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로, 최근 책 '성리학자, 머리에 사과를 맞다'를 출판했다. 지난해 나온 '고등학생의 눈으로 본 인간과 과학', 올해 초 선보인 '다른 나라, 같은 나라'에 이어 세 번째 내놓은 책이다.

이 책은 인문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학습이라는 전제 아래 인문사회, 이공, 과학중점 계열 학생들이 관심 분야에 따라 3, 4명씩 조를 이뤄 토론하고 함께 자료를 수집, 정리, 학습한 뒤 글쓰기를 진행한 끝에 탄생했다. 경상고 김재홍 홍보부장은 "학생들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1학기 동안 경북대 인문대 김석수, 채수도, 김정철 교수를 초청해 철학, 역사, 문학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112명의 학생이 쓴 34편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중 최우수 수상작은 '이솝 우화-토끼와 거북이의 과학적 접근'. 토끼가 몇 시간을 잤기에 경주에서 졌을까, 토끼가 잠을 자지 않았는데도 거북이가 경기에서 이기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가, 토끼와 거북이의 행동 습성에 따른 승패는 어떻게 될까 등 문학적 소재에다 수학적 계산, 생물학적 특성까지 융합'분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최우수상을 받은 이예찬(2학년 인문사회과정) 군은 "같은 조 친구들과 잘 어우러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새로운 친구들과 또 다른 주제로 더 좋은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SF, 미래를 꿈꾸는 과학'이라는 글을 쓴 배승완(2학년 과학중점과정) 군은 "교수님들의 인문학 특강이 생소했지만 문학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많이 배웠다"며 "혼자 완성하는 작업이 아니라 토론, 소통, 협동을 통해 글을 쓴다는 것이 색다르고 흥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경상고는 앞으로도 새로운 가치와 아이디어를 찾아 독창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경상고 권희태 교장은 "근대 이후 분업과 분화를 통해 성장한 인류 문명은 이제 다시 통합과 융합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며 "과학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바른 인성과 균형 감각을 갖춘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인문학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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