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령화 시대와 노인 복지

입력 2013-08-28 07:01:30

많은 수의 노인들이 직업 상실과 그에 따른 사회적 역할 상실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소외감, 외로움, 빈곤, 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질병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다.

의료 복지적인 측면에서도 고령화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노인 의료비의 급속한 증가로 65세 이상 노인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전국 1천여 개의 요양병원과 15만 병상의 과잉 공급으로 환자 유치 경쟁, 의료의 질적 저하와 소극적 진료를 부추기고 있다. 그래서 일부 요양병원이 경영 악화로 도산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요양병원의 차별화를 위한 고급 중환자실의 운영, 호스피스 병동 운영, 첨단 재활 치료는 현재의 일당 정액수가제로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노인병이란 노인에게서 잘 생기는 병을 통틀어 말하며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뇌졸중, 치매, 관절염, 백내장 등이 있다. 이 중 특히 뇌졸중과 치매가 가장 많고, 이러한 질병으로 인해 환자는 물론이고 보호자에게도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많은 부담을 준다. 이제 부모의 부양은 자식만의 부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책임져야 할 숙제인 것이다.

특히 치매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 치매는 원래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정신이 없어진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지적능력이 모자라는 경우를 '정신지체'라고 부르는 반면,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 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지 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치매를 '망령' '노망'이라고 부르면서 노인이면 당연히 겪게 되는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해 왔으나 최근에는 많은 연구를 통해 분명한 뇌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흔히 치매를 하나의 질병으로 생각하고 치매는 다 똑같고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속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치매는 단일 질환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여러 가지 상태에 해당되는 경우를 통칭하는 것이다. 다양한 치매 원인 질환들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알츠하이머병' 과 '혈관성 치매'이지만 그 밖에 다양한 질환에 의해 치매가 발생하므로 치료가 어려운 것이다. 치매도 이제 일찍 발견되어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는 질병이다. 진행된 경우도 약물치료, 재활치료로 진행을 늦출 수가 있다.

누구나 늙지 않기를 바라지만 궁극적으로 노인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운동을 많이 해도, 좋은 약을 먹어도, 성형 시술을 해도 늙어가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단지 조금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오히려 과도한 운동은 노화를 촉진시킨다. 노인들은 대부분 한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나 질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 초기에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리고 나이가 드는 것과 아픈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늙는다는 것은 병이 아니다.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질병은 치료나 예방이 가능하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 노인들은 가능한 한 약물을 적게 복용하고, 여러 병원을 따로 다니는 것보다는 평소에 본인의 건강을 잘 아는 의사나 병원을 정해서 치료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 문제의 해결 방법은 먼저 출산율을 상승시켜 부양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야 하며, 실버 산업과 노인 문화를 육성해서 노인들에게 질 좋은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 고령자 고용제도를 늘리고 이를 법제화해야 하며 불안한 국민연금 제도의 안정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노인들 스스로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적인 측면에서는 요양병원 서비스의 질적인 향상과 깨끗한 환경, 안정적인 간병 시스템, 양'한방 협진 시스템의 확립이 중요하다. 이제 고령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이제라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동호/효산요양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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