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공작소 안규철 전
기억 공작소 안규철의 '단 하나의 책상' 전이 9월 15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린다.
'기억 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해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는 실천의 자리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되어 생명의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억 공작소는 미래가 현재로 바뀌고, 다시 과거 즉 기억으로 남을 역사를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17개의 책상이 놓여 있다. 각각의 책상은 각기 하나의 세계이며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는 '다른 기억'의 질문이자 사물이다. 책상 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지식과 정보를 쌓고 꿈을 꾸고 고민하며 토론했던 질문의 기억들은 각자의 생각 혹은 의견이며, 각자의 삶, 즉 다른 기억들이다. 이 다른 기억들은 높이가 다른 여러 형태의 다른 책상이라는 사물 속에 깃들어 있다.
작가가 보여주는 책상은 네 개의 다리와 상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것은 서랍이나 덮개 판이 있기도 하고 예술적이지 않은 형태의, 그냥 솜씨 좋은 목수가 잘 만들어놓은 일상의 책상 정도로 와 닿는다.
이것이 예술이라면 예술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작가는 "예술은 그 자체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열려 있는 질문이다. 세상에 대해 의미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은 하나의 일이며 생산이다" 고 말한다. 질문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것이다.
작가 안규철은 "책상의 공통점은 책상 판의 평평한 윗면에 있다. 모든 책상은 이 평면을 각각의 정해진 높이로 떠받치고 유지한다. 이것들을 가지고 내가 하려는 것은, 수십 개의 책상으로 하나의 책상을 만드는 것, 달리 말해서 이 책상들의 윗면을 매끄럽게 이어지는 단일한 평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각각 높이가 다른 책상들의 높이를 일정하게 조정해야 한다. 그 결과, 수십 개의 책상이 마치 스크럼을 짠 군중처럼 하나의 거대한 집단을 이루며 공간을 점거하고 있는 낯선 풍경이 나타난다. 이것은 결국 거대한 하나의 책상을 만든다는 공허하고 단순한 목표와 이 일을 수행하는 데 투입되는 복잡한 과정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이며 목표가 사라지고 과정만이 남은 부조리한 세계의 풍경이다"고 말한다.
안규철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미술원장으로 있다. 한편 이번 안규철 작가의 '단 하나의 책상'전의 작업과정과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관람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예술체험프로그램이 24일(토) 오후 2시 제4전시실에서 열린다. 참가비 무료, 053)661-3517.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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