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이혼 속사정 모르는 아이들, 아빠를 탓하는데…

입력 2013-08-22 14:18:16

저는 아내의 부정한 행위를 목격한 후, 도저히 아내를 용서할 수 없어 결국 이혼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중년의 남성입니다. 그간 아내의 배신에 대한 분노를 삼키며 사는 것도 힘들었지만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직접 먹이고 입히며 살아가야 하는 상황은 더욱 외롭고 서글픈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고통은 사춘기의 남매가 이혼 속사정을 모르고 아버지가 엄마를 내쫓은 것이라 오해하여 저를 냉담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엄마를 그리워하며 같이 살자고 했지만 저는 속사정을 이야기하지 못한 채 아이들의 애원을 거절해왔기 때문입니다. 요즘 들어 사춘기 정점에 들어선 두 아이로부터 아버지로서의 존경이나 이해보다는 냉담함을 받는 게 너무 힘이 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홀아버지로서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할까요.

아내의 일탈행동으로 인해 부부관계가 해체되고 아이들마저 엄마를 잃은 어린 새가 되었으니 그간 아버지로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고충이 크셨겠습니까.

아이들의 성장기에 있어서 양쪽 부모가 함께 공존하는 가정의 울타리는 매우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원만한 부부관계를 보면서 남자, 여자의 원만한 대인관계의 기초적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힘으로 바깥세상에 나가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자기 할 일을 찾아 꿈을 펼칠 수 있는 힘을 조달받는 법입니다.

귀하는 이러한 양쪽의 역할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즈음하여 지금이라도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합니다. 우선, 아버지는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과 시간을 마련하여 '열린 대화'를 정직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먼저 아이들의 불평과 원망을 거부하지 말고, 억압하지도 말고, 모두를 대화의 장에 쏟게 하여야 합니다. 거기서 아이들의 아픔과 아이들의 고통을 하나씩 어루만져 주고 거기에 대한 충분한 공감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하면, 아이들은 자기들의 입장을 충분하게 이해해 주고 인정해 주는 아버지께 고마움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아버지 심정과 고통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여주고 이해하는 마음의 여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때 아버지로서의 그간 결혼생활의 고충을 아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주세요.

"아버지는 엄마를 사랑했단다. 그런데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엄마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단다. 우린 그 문제로 헤어졌단다.…그러나 이건 우리 부부의 문제인데 그 결과로 너희들이 엄마 없는 세월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아버지가 너무나 미안하구나. 그러나 엄마 몫까지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니. 너희들도 이 점을 이해해주고 아버지 입장도 좀 인정해주고 아버지도 사랑해 주면 참 고맙겠구나" 하는 대화를 진솔하게 열어가세요.

아버지의 정직한 이 한마디 고백은 아이들의 마음을 적시고 아버지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에 분명 충분할 것입니다.

모든 자녀에겐 부모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한쪽 부모와 살아야 하는 현실을 수용하고 협력방안을 가족이 함께 찾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이때 아버지의 용기 있고 정직한 대화는 가족의 행복을 되찾는 첫걸음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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