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양적완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동남아시아 신흥국가들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상황이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물론 민간 전문가들까지 국내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강화됐고 위기상황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20일 미국이 본격적으로 돈줄을 죌 움직임을 보이자 신흥국이 몰려 있는 아시아 증시는 외국인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감으로 급락했다.
먼저 국내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9.79포인트(1.55%) 내린 1887.85로 마감하면서 1900선이 무너졌다.
인도네시아의 주가는 19일 5.6%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3.21% 곤두박질쳤다. 인도의 경우 증시는 선방했지만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이 발을 빼면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1년 이후 최고점인 9.5%로 치솟았으며 루피화 가치도 하락하며 달러 대비 루피가 장중 사상 최고치인 64루피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361.75p(2.63%) 급락한 1만3396.38로 마감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67.56p(0.86%) 하락한 7832.65로 거래를 마쳤다. 태국 증시도 전날에 이어 주가 하락이 계속돼 태국증권거래소지수(SET)는 이날 34.12p(2.34%) 빠진 1364.34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 홍콩 항셍지수는 2.2%, 싱가포르 지수는 1.5%, 말레이시아 지수는 1.85% 각각 하락했다.
이 같은 아시아 증시의 약세는 미국 양적완화 조기 축소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외국인 매수 강도 둔화가 예상되며 당분간 변동성이 큰 증시가 예상된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안정감을 보이고 있어 지난 1998년도와 같은 외환위기 상황으로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신흥국 시장이 흔들리는 동안 한국 증시로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외환시장도 상대적으로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다"며 "경상수지 등 펀더멘털상으로 한국은 이들 신흥국과 차별화돼 있는 만큼 정부가 가시적으로 나설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금융감독당국은 혹시 있을지 모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금융기관에 과도한 단기 외환 차입을 자제하도록 하는 등 대응 방안을 금융사에 권고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사의 외환차입 동향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증권사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미국 양적 완화에 따른 위기대응능력평가(스트레스 테스트)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막기로 했다.
보험사와 증권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문제가 발견된 부분에 대해 부실충당금을 메우도록 하는 등 위기를 대비한 조치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총 외채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9.1%로 13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어 웬만한 외환충격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광준기자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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