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정부의 2013년 세법 개정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월급쟁이의 주머니를 털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다. 근로소득자의 유리지갑만 넘보는 못된 버릇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세제로 어떻게 뒷받침할지에 대한 철학의 빈곤이 낳은 중산층 세금 폭탄이다.
박 대통령은 중산층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세법 개정안은 중산층 복원이 아니라 중산층 죽이기다. 중산층의 주축은 근로소득자다. 정부의 방침대로 세법이 개정되면 연봉 3천450만 원 이상인 근로자 434만 명은 16만 원에서 최대 865만 원까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각종 비과세'감면의 축소 때문이다. 증세는 아니라고 하지만 기만적인 사실상의 증세다. 대통령은 중산층을 복원하겠다고 하면서 세정은 중산층을 터는 기막힌 모순이다.
모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들고 나왔었다. 하지만 세법 개정안에는 이를 위한 장치가 하나도 없다. 단적인 예로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15%→10%)는 실소가 저절로 나온다. 세원을 노출시키는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면서 어떻게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는 이렇게 중산'서민층에게서 걷은 세금으로 다시 중산층과 서민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세금을 더 걷어 복지비로 돌려주겠다는 것으로 단순화해서 말하면 담세자 입장에서는 하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징세 행정력 절약을 위해서라도 지금 그대로 두는 것이 더 낫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려는 복지 확대는 조삼모사의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은 그런 '겉멋'을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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