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들의 기호 다양화…호롱불 랜턴 등 고전적 디자인 각광
현대적인 캠핑용품의 발원은 1'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 중 군수품 납품을 통해 기술적 개량과 검증을 거친 군수 업체들이 진영의 숙영 장비를 민간용으로 출시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본래 용도가 군수물자이기 때문에 초기의 캠핑용품은 물론 오늘날의 것 중에도 상당수는 색상이 카모플라주(위장색)에 기반한 칙칙한 색상이거나 디자인이 투박한 편이다.
아무래도 휴대와 야외 사용을 염두에 두고 작고, 가벼움과 튼튼함에 집중해 다른 요소는 기획단계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사용중인 대부분의 캠핑용품들이 70년 전의 전시 보급품의 기본 형태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도 오랫동안 캠핑의 주류가 소소히 자연에서 여가를 보내는 데 만족하였기에 개발과 투자의 동기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본격적으로 캠핑용품의 다변화가 이뤄진 것은 불과 10여 년 전, 이른바 오토캠핑 붐이 일면서부터이다. 인력이 아닌 차량을 이용하고 가족단위의 캠핑이 주를 이루면서 필요한 용품도 많아지고, 장비의 부피도 늘어났으며, 다양한 편의를 위해 새로운 제품들이 제안되었다. 기본 장비인 텐트에 있어 전실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이며 배낭을 벗어나 차량의 트렁크를 보금자리로 삼기 시작한 타프와 테이블, 릴랙스 체어, 키친 시스템 등 다양한 장비들이 차량의 짐칸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전통의 오랜 아웃도어 브랜드는 물론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한 후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달려들어 기존 제품들의 개량품과 신제품들을 출시하였다. 그러한 개발과 판매 경쟁은 지금도 계속되며 용품의 개량을 자극하고 있다.
오토캠핑이 대세를 이루며 캠핑용품의 가짓수는 증가해 총 부피는 늘어났을지언정 '휴대용' 용품이기에 장비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소형화, 경량화에 있다 하겠다. 소재 공학과 합금 기술의 발달로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더 튼튼한 재료가 개발되었고, 폴딩 시스템은 진화하여 손바닥만 한 주머니에서 1인용 테이블이 펼쳐져 나오며, LED 조명은 주먹만 한 광원에서 기존의 머리통만 하던 랜턴의 밝기를 넘어선다.
이렇듯 진보한 기술과 연구의 노력으로 발달한 최근의 캠핑용품의 추세가 대세인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반대로 '더 크게, 더 무겁게, 그러나 더 예쁘게'를 표방한 작은 흐름도 존재한다. 일명 감성 캠퍼들의 역진화 용품들이다. 그동안 '예쁘다'는 것은 남성 가장이 주가 되는 캠핑용품 시장에서 다른 요소에 밀려 설 자리가 적었지만 캠핑 동호인들이 증가함에 따라서 다양한 소수 캠퍼들의 취향과 기호 역시 캠핑용품 시장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오래전 단종된 재래식 랜턴에 다시 수요가 몰리고, 중고 가격이 상승하는 기현상이 일고 있으며, 가스랜턴을 바람에 일렁이는 호롱불 디자인으로 생산하는가 하면, 폴리 원단 일색의 텐트와 타프도 더 무겁고 불편하지만 면 소재의 고전적인 디자인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알루미늄 압출 일색인 폴딩 테이블과 의자 역시 원목으로 제작된 것들이 상대적으로 크고 무겁고 고가임에도 특유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캠핑이 이른바 1차적으로 밖에서 놀고 즐기던 놀이에서, 캠퍼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사이트를 구성하고 본인만의 특화된 야외 공간에서 여가를 누리는 레저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어느 산자락의 계곡에서, 성성한 억새밭 사이에, 또는 눈부신 백사장 위 장대한 바다 경계의 포말 앞에서 기성품 장비들이 자리하자니 금속은 자연보다 빛나고 플라스틱은 또 요란한 색채를 발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구는 모름지기 사람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편리라는 본질의 지향점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가치를 대체해 준다면 충분히 환영받는 용도로 쓰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다소 극성스러울지도 모를 감성 캠핑용품들의 선전에 자기만족과 타인의 눈요기가 되어준다 위안하며 그 흐름이 식지 않고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노(네이버 카페 '대출대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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