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서비스 슬며시 유료전환, 해지는 어렵게…

입력 2013-08-06 09:48:01

소비자 울리는 일부 기업 '얌체 상술'

한모(29'여'대구 중구 동인동) 씨는 지난달 통장에서 '신용정보 보호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자신도 모르게 7천800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발견했다. 2011년 전화상담원의 설명에 따라 신용카드 회사의 무료체험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자동으로 유료서비스로 전환된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된 것. 한 씨는 "서비스 가입 당시 상담원이 얼버무리듯 안내해 유료전환 내용을 알 수 없었고 통장에서 자동결제돼 돈이 빠져나간 사실도 하마터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며 "서비스를 해지하는 과정에서 인증번호를 요구하고 상담원 연결이 지연되는 등 불편을 겪었고 환불도 다음 달 25일에야 받을 수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기업들의 얌체 상술에 소비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신용정보를 보호한다며 무료서비스를 이용하게 한 뒤 동의 없이 유료서비스로 전환해 요금을 물리거나 해지 과정을 어렵게 해놨기 때문이다.

김모(35'대구 남구 대명동) 씨도 지난달 위성방송을 해지하기 위해 전화상담원과 통화를 했다. 그러나 상담원은 위약금 10만원을 내야 해지할 수 있다고 했다. 위약금에 대해 들은 적이 없었던 김 씨는 위약금이 어떻게 산출됐는지 물었다. 상담원은 2010년 최초 가입 후 2012년 10월 이사할 때 이전설치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2년 재연장을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상담원의 답변은 거짓이었다. 김 씨는 재연장 서명도 하지 않았고 상담원에게 동의한 적도 없다며 녹취 자료를 요구했고 확인 결과 단순히 '이벤트'라는 표현으로 이전 설치 무료와 사용요금 3% 할인이라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 김 씨가 추적 끝에 이 업체에 확인한 결과 김 씨 동의 없이 임의로 약정 기간을 연장한 것이었다.

이모(42'대구 동구 방촌동) 씨도 까다로운 해지 과정으로 애를 먹었다. 이 씨는 최근 디지털 위성방송 업체에 해지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담긴 가족관계증명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 씨는 "해지와 관련한 문의를 위해 수차례 연결을 시도했다. 겨우 연결이 됐는데 해지하는 과정에서도 이런저런 서류를 요구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가입은 전화 한 통으로 일사천리로 해결되지만 해지에는 별의별 서류가 제시돼야 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디지털 위성방송 업체 측은 "2006년 세상을 떠난 이 씨의 아버지 명의로 가입돼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아닌 이상 아들이라도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무료서비스에 가입한 소비자가 자동으로 유료서비스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운 기습 조항'이므로 약관법상 무효다. 이 경우 유료로 전환된 시점에서 부과된 요금을 환불받을 수 있고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 위성방송도 마찬가지. 계약 기간 합의 없이 약정 기간이 자동 연장된 경우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다.

양순남 대구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자동 유료전환과 같은 얌체 상술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가입 당시 약관을 꼼꼼히 읽어야 하고 매달 나오는 요금고지서도 꼭 확인해야 한다"며 "업체도 소비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은 인지할 수 있도록 큰 글씨로 공지를 하거나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될 때 반드시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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