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걱정뿐인 고교 성적 절대평가제 도입

입력 2013-08-03 07:39:14

교육부가 내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성적 절대평가제를 시행한다. 매년 범위를 넓혀 2016년에는 고등학교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

그동안 고등학교 성적의 평가 방법은 1981년 대학별 본고사를 폐지하고 현재 수능시험과 같은 학력고사를 시행하면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왔다갔다했다. 처음에는 절대평가 요소를 반영한 상대평가를 1995년까지 시행하다 1996년부터는 거꾸로 상대평가 요소를 반영한 절대평가로 바뀌었다. 2005년부터는 다시 상대평가였다가 약 10년 만인 내년부터 다시 절대평가로 바뀌는 것이다.

상대평가는 학생 간 지나친 경쟁을 부르고, 절대평가는 학교의 점수 부풀리기 조작 위험성이 크다는 단점이 명확하다. 둘의 장점을 취하려 섞으면, 단점도 동시에 드러난다. 그러나 이번에도 별다른 대책은 없지만 이미 2011년에 전환을 발표했기 때문에 절대평가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국공립고등학교 교장회는 상대평가제의 유지나 절대평가제 시행의 2년 유보를 건의했다.

정책이 이렇게 왔다갔다하는 것은 교육부의 대안 부재에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대학 입시 때문이다. 대학은 그동안 고교 성적 평가 방법이 바뀔 때마다 드러나는 단점을 교묘하게 역이용했다. 상대평가를 하면 등급 간 격차를 줄이는 방법으로 내신을 무력화시켜 특목고에 유리한 사실상의 고교등급제를 적용시켰다. 또 절대평가 때는 학교 성적을 믿을 수 없다며 자체 심층 면접이나 논술을 강화시켜 본고사 부활 우려를 낳게 했다. 사교육 줄이기에 역행하는 고교등급제나 본고사 부활을 막아야 할 교육부로서는 주기적으로 절대와 상대평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는 현재 나온 여러 안을 종합해 부작용이 가장 적은 방안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뚜렷한 대책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절대평가 도입의 기본 전제는 모든 학교가 엄정하고 공정하게 성적을 산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학교에 따라 다른 시험 난이도 조절 등 복잡한 문제도 뒤따라 이를 모두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은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안은 절대평가 도입으로 드러날 문제점을 대학이 입시에서 악용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는 일이다. 고교 성적을 믿을 수 없다고 등급 간 성적을 더욱 줄여 내신을 무력화하거나 심층 논술이나 면접을 통해 슬그머니 본고사를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철저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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