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더우니 옷도 안 팔려"…실내온도 26도 규정, 매출 '뚝'

입력 2013-08-02 10:02:35

땀 때문에 입어보라 말 못해…반품 옷 평소보다 30% 늘어

대구 한 대형마트의 관리자로 근무하는 윤 모(37) 씨는 최근 들어 "매장이 찜통이다. 쪄 죽기 전에 에어컨 좀 틀어라"는 전화를 하루에도 수차례 받는다.

대구경북 유통업계가 찜통 더위로 울상짓고 있다. 올 여름 유난히 더운 날씨와 더불어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정부의 온도 규제로 쇼핑객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작은 불편에도 불만을 터뜨리고 더운 실내 온도 때문에 의류 매장에는 옷을 입어보려는 손님이 없어 매출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상 대형 유통업체들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야 매출 실적이 좋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으로 바캉스를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만 요즘은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짜증을 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수성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30대 남성고객이 10여분간 직원의 멱살을 잡고 폭언을 퍼붓는 소동이 벌어졌다. 쇼핑 중 더위로 화가 난 이 고객은 계산 후 자율포장대에 빈 상자가 없자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멱살까지 잡은 것. 이 고객의 지나친 불만 표출에 해당 직원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고객을 폭행혐의로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 여름 들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화를 내거나 욕설을 퍼붓는 손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더운 날씨에 불쾌지수가 높아진 손님들 때문에 영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더위는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월 대구지역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7월보다 매출이 6%가량 줄었고 백화점 또한 예년보다 여름정기세일을 길게 진행했지만 물량이나 기간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

백화점의 경우 특히 의류 매출이 크게 줄었다. 매장에서 판매촉진을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인 '한번 입어보시라'는 권유에도 손님들이 매장이 덥기 때문에 옷을 입지 않기 때문.

또 땀을 흘린 손님들이 입은 옷으로 인해 반품해야하는 옷이 크게 늘면서 판매사원들도 입어보라고 권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 한 판매사원은 "올 여름에는 땀으로 인해 본사로 반품한 옷이 평소보다 30% 가량 늘었다"며 "입어보는 손님이 줄다보니 당연히 매출도 함께 떨어졌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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