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최고기온이 30℃를 훌쩍 넘어 폭염을 예고하고 있다. 여름은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삼복기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는 속담이 있는데, 원전의 사태와 전기공급의 문제, 사회 여러 가지 이슈들은 체감온도를 더욱 더 상승시키고 있다.
지하철역 광고문구인 '夏夏好好(하하호호) 떠나자'가 눈길을 잡아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그러잖아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관광지 내역이 그 밑에 쭉 깔려 있다. 갯벌 체험, 농어촌 생태 관광, 휴양림 자랑 등 족히 10여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피서지에서 생긴 일'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먼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펜션들의 성수기 바가지 요금과 환불 거부, 제멋대로의 주차요금, 워터파크 등 이용시설의 불결은 해마다 거듭되는 단골 악폐다. 둘째, 공중도덕은 간 곳이 없다. 고성방가에 진한 스킨십, 주폭들의 행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다 청소년들의 도를 넘은 일탈도 꼴불견이다. 셋째, 한 해수욕장의 하루 평균 쓰레기 처리량만 7∼8t으로 이를 처리하는데 드는 돈은 그야말로 세금낭비다. 술병에서부터 돗자리, 음식찌꺼기, 나무젓가락, 담배꽁초 등이 새벽녘이면 곳곳에 작은 산을 이룬다. 끝으로 여성들의 심한 노출로 인해 불편을 당할 때가 종종 있다. 피서지가 아니라도 도심 곳곳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하의는 말 그대로 실종에 가까운 차림이다. 이런 차림에 중년 여성들은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남성들은 보는 쪽이니까 더 관대한 것 같기도 하다. 남자들은 내 딸이나 누나, 여동생이 아니면 된다는 태도일지 모른다. 당사자인 여성 자신들이 다리를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데 왜 태클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이걸 표현의 자유로 봐야할지 과다노출로 봐야 할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인간사회는 자유가 절대적 가치다. 그렇지만 자유가 있다고 해도 벌거벗고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는 없다. 또한 남을 비방하거나 남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표현물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
자유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쉽게 말해서 자기가 표현함으로써 기쁨을 느끼는 것과 자기의 생각을 남에게 표현함으로써 같이 기뻐하는 것이다. 즉 전자는 개인의 인격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후자는 인간 상호간의 정치적 및 정신적 판단의 공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 자유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웃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바람직한 삶의 정신과 자유는 성숙한 시민의 매우 중요한 기본 예의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과 자유가 자기를 과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식된다면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이웃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일들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면 그것도 문제다.
대구서부교회 목사 dgsbn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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