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의 촉나라(현재의 사천성 지역) 태수로 여경대라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 칠십이 넘어 우연히 묘약을 먹은 후 아들을 셋이나 잇따라 낳았다. 하지만 남편의 때늦은 성화에 시달린 부인이 덜컥 병이 들자, 먹던 약을 마당에 내다버렸다.
마침 그곳에 있던 수탉이 버린 약을 냉큼 쪼아 먹었는데, 정기충천(精氣衝天)하여 암탉에게 덤벼들며 머리를 마구 쪼아대니 며칠 만에 암탉이 대머리가 되어 버렸다.
이 약이 바로 대머리 독(禿)자에 닭 계(鷄)자를 쓴 독계산(禿鷄散)이었다. 독계산은 중국의 고대 방중서인 동현자(洞玄子)에도 소개되었다는 전설의 정력제인데 주원료가 오미자였다.
허영만 화백이 맛과 삶의 희비애환을 맛깔스럽게 버무려낸 만화 '식객'(食客)에도 오미자 이야기가 등장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남자가 우연히 오미자차 한 잔을 얻어 마시고는 "세상에서 구할 수 없는 영혼의 맛"이라 탄복하는 장면이다. 갈증 해소에도 뛰어난 약효를 발휘하는 오미자의 효능을 방증하는 것이다.
오미자(五味子)는 한자 이름 그대로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신기한 열매이다.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이 난다. 껍질은 시고 과육은 달며, 씨는 맵고 쓴맛이 나며, 전체적으로 짠맛이 어려 있는데, 이 다섯 가지 맛이 오장(五臟)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에 나오는 얘기다.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시고 짠맛은 신장에 좋고, 맵고 쓴맛은 심장과 폐를 보호하며, 단맛은 비장과 위에 좋다고 적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오미자는 허한 기운을 보충하고 눈을 밝게 하며 신장을 덥혀 양기를 돋워 준다고 했다.
이 같은 오미자가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것이 최고라는 기록이 많다. 중국 양나라의 도홍경이 주석을 단 '본초경집주'도 그렇고, 조선후기 역사가인 한치윤의 '해동역사'도 고려의 오미자가 으뜸이라고 했다.
경북 문경은 전국 오미자 생산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문경 동로는 황장산을 등진 비탈지역의 땅이 오미자 재배에 꼭 맞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 오미자 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문경시는 오미자를 1천억원대의 소득작물로 발전시키며 안전행정부로부터 지역경제 활성화 최우수상을 받았다. 문경과 오미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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