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기상대 24시
'폭염과 장마, 태풍이 언제 올까.'
시민들이 기상정보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여름이다. 대구기상대는 정확한 기상예보를 하기 위해 24시간 잠들지 않고 깨어 있다.
◆24시간 깨어 있어
이달 18일 오후 3시쯤 대구 동구 신암동 대구기상대 기후 예보 현업실. 거미줄처럼 복잡한 등압선이 그려진 일기도가 대형 TV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기도에는 기온과 기압, 바람, 구름 따위의 기상 요소들이 숫자와 기호로 표시돼 있었다. 석인준 예보관은 TV 화면의 기상정보를 바라보며 서울 기상청과 영상회의를 했다. 석 예보관은 대구경북지역의 호우주의보를 어느 시'군까지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냈다.
"오늘 밤과 내일 새벽 사이에 지역에 따라 집중호우가 예상되고 내일 오전이면 소강상태에 접어들 걸로 보입니다. 호우주의보는 상주와 의성, 청송, 군위까지 확대한 뒤 오후 7시까지 유지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비슷한 시간 내부 메신저를 통해선 위성사진과 레이더를 분석한 본청의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석 예보관은 "지역의 기상 여건에 맞게 의견을 내면 본청은 해당 지역 예보관의 의견을 존중해 전체 예보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대구기상대의 직원은 모두 24명이다. 이 중 16명이 기후 예보 현업실에서 근무한다. 방재예보관과 동네예보의 통보와 관측 업무에 3명이 1개 조로 이뤄진다. 모두 4개 조가 교대로 주'야간 12시간씩 근무한다. 대구기상대는 365일 24시간 예보를 멈추지 않는다. 호우'태풍주의보 특보가 내려지면 1~3명이 추가로 투입돼 지방자치단체와 소방본부 같은 유관기관에 변화하는 기상상황을 밤새 통보한다.
정기예보는 매일 네 번의 회의를 통해 4차례(오전 5'11시, 오후 5'11시) 이뤄진다. 기상도와 기온분포도, 일기도, 레이더 영상 따위의 갖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3일 단위의 단기예보와 6일 단위의 주간예보, 월별 장기예보 같은 다양한 기상예측이 발표된다.
◆예보의 핵심은 '사람'
첨단장비의 도입으로 정확도가 높아졌지만, 예보의 핵심은 예보관의 축적된 노하우와 판단능력이다. 예보관은 각종 장비를 통해 도출된 자료를 해석해 예보를 결정한다. 결국, 기상예보의 핵심은 슈퍼컴퓨터 같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 것이다. 한윤덕 대구기상대 예보관은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예보를 한다"며 "100가지가 넘는 기상관련 자료들이 모두 한 가지 기상결과를 나타내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 자료가 더 정확한지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능력"이라고 했다.
예보관들은 변덕스러운 날씨에 애를 먹고 있다. 날씨의 변덕 이유는 지정학적 위치와 지형적인 특성. 한반도는 대륙의 동쪽 끝에 있고 국토도 좁다. 편서풍대에 있어서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주로 분다. 특히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서해가 있어서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맞닿아 두 기단의 세력 싸움이 일어나기 때문에 예측이 힘든 것이다. 거기다 산악지형이 많아 지역마다 기상 상태가 달라 어디서 변수가 생길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시민들의 항의 전화도 예보관들을 괴롭힌다. 강수량을 예보하면 적게 왔다고 욕설을 퍼붓고 조금이라도 예보를 넘어도 고함을 지르며 항의하는 전화는 부지기수다. "음력 생일이 언젠데 당시 양력으로는 며칠이냐" 등 기상과 관련이 없는 전화로 진을 빼기 일쑤다.
◆지역맞춤'생활밀착형 서비스
대구기상대는 기온과 강수량 등 단순 예보에서 나아가 특성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부터 '냉방에너지 소비량 예측 생활기상정보'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 정보는 에너지지수와 불쾌지수를 활용해 시간대별로 냉방에너지를 얼마만큼 소비할지 예보하는 것으로 6~9월 기온이 28℃를 넘거나 불쾌지수가 75 이상이 예상될 때 에너지관련 기관에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냉방기 가동수요를 조정할 수 있다. 습도를 5% 낮추면 기온이 1도 하강하는 효과가 있다. 가령 기온이 30도 이상에서 선풍기를 사용해 습도를 60% 이하로 유지할 경우 불쾌지수를 80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고도 쾌적함을 느낄 수 있어서 여름철 전력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
이명수 대구기상대장은 "앞으로 기상정보는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맞춤'밀착형 정보를 가공해 필요한 분야에 제공하는 방향으로 대구기상대는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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