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영주 부석사

입력 2013-06-20 14:02:20

30년 전 열차로 간 곳…자전거 여행은 추억 찾기에 딱

영주 부석사는 여태껏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으로 여행 가야지 몇 번을 계획하고 다짐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생각만 머문 곳, 자전거여행으로 부석사를 가보기로 했다.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에 있는 부석사로 가는 길옆에는 은행나무가 많았다. 단촌면이라는 동네에는 포도가 유명해 '단촌포도'라고 적힌 농원이 많이 보였다. 키 작은 사과나무도 많이 보였는데, 사과나무에는 농부들의 정성어린 손길이 투영돼 있었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이곳의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은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 중 하나이다. 경내에는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제17호)과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20호), 삼층석탑(보물 제249호), 조사당(국보 제19호), 소조여래좌상(국보 제45호), 조사당벽화(국보 제46호) 등 국보급과 보물급 유물이 많이 있었다.

부석사라는 이름은 무량수전 서쪽에 큰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어 '뜬돌'이라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고 했다. 31계단을 오르면 천왕문이 나오는데 왜 31계단이지는 모르겠다. 문화재 해설사는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걸어 올라가면서 절 건축모양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부석사에 오르면 복(福)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거북모양의 우물이 있어 시원한 물을 한 모금 마시니 더위가 싹 가셨다. 국보 제17호인 무량수전 앞 석등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석등으로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멋을 지니고 있었다. 네 면에 새겨진 보살상 조각 하나하나에도 불심에 대한 마음이 새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부석사 경내를 다 구경하는데도 시간이 엄청 걸렸다. 볼 때마다 그 경이로움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날도 법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빌고 있었다. 나 역시 소원을 빌었다. 때마침 초등학생을 인솔하고 온 선생님이 부석사와 불교용어 등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나도 같이 경청했다. 귀여운 녀석들이 조용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이날은 일본과 중국인 관광객도 많아 사찰 곳곳이 북적거렸다. 사찰 내에 이렇게 시끄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관광객이 붐볐다.

부석사는 30년 전 친구들과 갔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찰 곳곳에 보수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서인지 그때보단 아름다움도 예스러움도 덜했다. 그래도 천 년 사찰 부석사는 볼 것이 많았다. 감동도 있었다. 후손들이 볼 수 있게 문화재를 잘 보존했으면 바랐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니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

여고 졸업 후 친구들과 열차 타고 부석사로 여행을 갔는데, 이번 여행은 그 추억들을 다시금 꺼내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더욱더 행복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감동을 가슴 한 쪽에 고이 간직하고 싶었다. 다음에 끄집어내 볼 수 있게.

이번 부석사 여행은 나를 30년 전으로 되돌려놓았다. 대구로 향하는 내내 그 시절의 추억들이 하나 둘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고 행복한가 보다. 자전거 여행은 추억을 찾아 떠나기에 딱 좋은 여행수단이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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