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전기' 못보는 절전대책

입력 2013-06-17 11:14:07

변압기등 비효율 많아…국민에 절전 강요 전력관리는 소홀

일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단되면서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고압전력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적정한 규모의 변압기 설치, 비상발전기 활용, 고효율 전기기기 사용 등을 통해 블랙아웃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정부는 전력난을 우려해 국민에게 '절전'을 호소하는 데 앞서 생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 전문가들은 우선 적정 규모의 변압기 설치를 주문하고 있다. 500㎾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고압전력 사용자들이 적정 용량보다 훨씬 큰 변압기를 설치함에 따라 낭비되는 전력이 많다는 것. 취재 결과 상당수의 고압전력 사용자들은 1년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달에도 변압기 용량의 30%가량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변압기가 최고 효율을 발휘할 때가 규모의 50~70%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에 비해 사용량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것. 하지만 변압기 설치에 대한 마땅한 규제가 없어 사용자가 사실상 임의대로 설치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 한국전력공사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한전은 고객이 원하는 만큼의 전력을 공급할 의무가 있는 탓에 변압기 용량을 강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일대 배영호 교수(철도'전기공학부)는 "적정 규모의 변압기를 설치하면 5~7%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지만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실제 필요한 규모보다 더 큰 변압기를 설치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노후된 데다 소음이 커 무용지물이 되다시피한 비상발전기를 예비발전기 또는 대체발전기 형태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정전 때만 사용하게 돼 있는 비상발전기를 전력난 시기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자는 것. 일신전기 이용학 대표는 "비상시가 아니라 전력난을 해소하는 대안으로 비상발전기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현재 방치돼 있는 비상발전기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또 LED(Light Emitting Diode'발광다이오드) 등 에너지 고효율 기기 보급 확대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에만 600억원을 들여 에너지 고효율 기기 교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수조원씩을 투입해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것에 비하면 예산 배정액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 한 민간 전력 전문가는 "정부가 블랙아웃을 우려해 국민에게 '절전'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생산된 전력 관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블랙아웃의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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